국세 세수 수입이 급감하면서 나라 살림 적자가 87조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022년(117조원)보다는 30조원 감소했지만, 2022년 코로나19 재정지원이 컸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가 국민에 쓴 총세출을 따져보면 직전 연도 대비 총세출 감소액은 69조3000억원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쓴 돈은 적자 감소폭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했지만, 말로만 건전재정을 표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재정지원 종료에도 재정수지 악화…세수감수 영향=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도 결산 대비 77조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세금으로 걷힌 국세 수입(344조1000억원)은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가 12조9000억원, 법인세가 23조2000억원, 부가가치세가 7조9000억원, 개별소비세가 5000억원 줄었다. 세외수입은 공자기금예수금 감소(30조8000억원) 등으로 지난해 대비 25조1000억원 감소한 152조9000억원이었다. 총세출은 지난해 대비 69조3000억원(12.4%) 감소한 490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총수입(총세입+기금 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도 결산치(-64조6000억원)보다 감소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117조원)를 기록한 지난해보다는 30조원 감소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포인트 높다.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2년에 비해 30조원 줄었지만,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국민들에 쓴 돈(총세출)은 559조7000억원이다. 이에 비해 2023년 쓴 돈(총세출)은 490조4000억원으로 69조3000억원 적다. 이는 적자폭 30조원의 2배를 훌쩍 웃도는 규모다. 국민에 돈을 덜 쓰고도 적자 규모는 더 줄이지 못한 셈이다.
다만 지출도 세수 감소 여파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총세출은 490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3000억원(12.4%) 감소했다. 예산 대비 실제 세출 액을 뜻하는 집행률은 90.8%에 그쳤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3조9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원, 나머지는 모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채무상환이나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등에 사용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모두 교육교부금 정산에만 사용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를 먼저 정산한 뒤 남은 자금에 한해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에 차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잉여금이 채무 상환에 한 푼도 사용되지 못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4% 넘기나=지난해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악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 재정준칙은 2년 연속 물 건너가게 됐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은 “민생회복·경제활력 지원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라며 “세수 감소만큼 지출도 같이 줄이면 관리재정수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내수부진 등 현안에 더해 저출산·고령화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한 과제까지 산적한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올해 역시 재정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감세 정책과 각종 지원 정책도 재정 부담 요인이다. 당장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9%, 내년부턴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