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연프'는 통상 메인서사가 있다. 메인서사가 구축되면 메인서사를 떠받치는 서사가 나타나는 식으로 구성이 이어진다.
하지만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는 메인서사가 선뜻 나오지 않았다. '뽀유'와 '창유'가 메인 서사인 듯 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나는 제작진이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우지 못하는, 소위 편집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 적도 있었다.
19일 공개된 최종회(20회)인 '다시 시작'편을 보니 왜 그 많은 관계의 서사를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져갔는지가 이해됐다. 입주자들이 X를 NEW에게 대려다 주는 길, 관계의 마침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인연으로 시작될까가 결정되는 길목에서 X를 선택하건 NEW를 선택하건 모두 의미가 있었고 충분히 이해될만했다.
단순히 이해 차원을 넘어 이들이 서울과 제주 '환승하우스'와 주변에서 3주동안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 충분히 성장하고 감동까지 주었으며, 빌런 한 명 없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들의 다양한 상황들에 공감하면서 때로는 아파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즌3는 더욱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 이 놈의 과몰입.
연적 관계로 어쩌면 몸서리 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창진과 주원이 최종선택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함께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걸 보니,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랑법(표현법)에 미숙한 휘현이 "(혜원을)데려다만 주었네"라고 했지만,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걸 배운 거다. 사람관계, 이성관계, 눈치챙기기에서 한층 더 성숙해졌을 것이다.
'연프'가 보통 합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 것 뿐인데 '환연'은 X와의 연애라는 전사(前史)가 있어서 12명 입주자들의 서사가 훨씬 더 복잡하고 재미가 있다.
환승러들의 최종 선택, 그 마지막 이야기의 첫번째 등장인물은 종은이였다. '환연' 시즌3는 유난히 X를 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유일한 예외가 종은이기 때문이었다. 선택이 예상될 수 있었다. 종은은 마지막 인터뷰에서 "사람으로써 그 친구(광태)를 응원하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주원을 기다렸다. 광태에게는 '사랑'이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 다음 최종선택 차례는 상정. 차를 몰고 간 상정은 결국 X인 민형 앞에 내렸다. 이들은 항상 싸웠는데, 앞으로 변하겠다는 민형의 계속된 재회 요구에 결국 응했다. 상정은 "안싸울 자신은 없지만 뭔가 변할 것 같다"고 했고, 민형은 "집나간 강아지 찾은 기분"이라며, "그건 싸우는 게 아니다. 원래 그래요"라고 했다. 지나치게 편안해서 싸웠던 것일까? 민형이 말할 때 조금 조심해서 할 필요가 있던데…
세번째는 13년 커플이었던 다혜-동진의 최종 선택. 다혜는 출발전 인터뷰에서 "저의 선택은 동진 오빠와의 완전한 이별인 것 같아요"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게 칼로 무를 베듯 한번에 잘라낼 수 있을까?
그래서 차안에서의 동진-다혜 커플을 보는 게 시종 무겁고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자꾸 울어.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래. 나보다 오빠가 걱정이다. 괴로운 시간이었어. 너무 많이 힘들면 연락해. 내가 없어서 그래?"(다혜)
"이제 인스타 맞팔 해주냐"(동진) "해줄께"(다혜)
동진은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힘든 게 다 보였다. 이들은 제주에 와서 옛날 대문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 잘 어울린다. 연애 짬밥 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진이가 했던 말 "정말 힘들었던 순간에 한줄기 빛"의 의미를 연애 좀 해본 사람은 느낄 수 있을 거다.
다혜는 좀처럼 차에서 내리지 못하자, 동진은 "가자"라고 했다.
"오빠가 우니까 좀 불안해"(다혜)
"당장 무서워서 그래. 좋아질 거야"(동진)
다혜가 진짜 내려 창진 옆 벤치에 앉았다.
진짜 이별이다. 돌이킬 수 없는. 동진이 눈물을 흘리며 홀로 운전하며 돌아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대리운전을 불러줘야 되는 것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됐다.
다혜는 초반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준 창진에게 갔지만, 창진도 다혜의 앞날을 응원하며 자신의 길을 갔다. 이로써 다혜는 시즌2의 '해은'이 되지 못했다.
이어 서경과 주원의 최종선택 차례. 서경은 자신을 선택한 광태에게 "지금은 못내릴 것 같아"라고 거절의 표시를 했다. 이 자체로 서경의 선택은 주원이 됐다. 서경은 X인 주원과의 마지막 테이트가 여전히 강렬했다. 여러 번 주원을 내쳤지만 그것을 회복하려는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최종선택을 진행합니다. 이서경님을 선택하면 함께 출발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이서경님을 차에서 내려주세요"라는 미션문자가 주원에게 왔다.
주원은 "지독하게 꼬이고 뒤틀렸다.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애"라고 말했다. 또 한번 잔인함을 느꼈다. 또한, 평소 운전은 배워놔야 할 것 같다.
"날 버려두고. 난 운전도 못하는데. 안 내려"(서경)
이것도 서경다운 멘트다. 서경 부모님이 이 장면을 보시면 무척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주원은 "내가 지친 것 같애"라고 했다. 환승하우스에서도 서경에게 "덴마크 가고싶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주원은 어쩔 수 없이 서경을 끊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때마침 유정과 연애가 시작됐다. 서경은 주원이 준 "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책을 계속 보고 있었지만 주원은 옆에 없었다.
서경은 울면서 주원에게 "못되게 했던 행동들이랑 서운하게 했던 행동들, 이해해줘"라고 했고, 주원에게 속마음 문자를 종은에게 보내라고 요구한 것도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늦었다.
서경은 너무 빨리 무기를 다 써버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정작 무기를 사용해야 할 때 효과를 못내고 주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번에는 휘현이 X인 혜원을 차에 태우고 혜원을 선택한 동진 앞으로 차를 몰았다. 휘현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과거 승민 역(이제훈)을 보듯 첫사랑의 미숙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환승하우스'에서 3주간의 인텐시브 코스(집중코스) 과정을 보내고 비로소 "지금 다시 X를 만나면 더 잘…예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조금 더 자신있는 말을 했다.
휘현은 차속에서 "우리 말고 누나 마음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라고 어른스러운 말을 했지만, X(혜원)는 애틋하고 자신을 울게 한 휘현보다는 자신을 웃게해준 동진을 선택했다. 상처가 있는 동진은 안쓰러운 혜원을 챙기면서 서로 사랑의 감정을 싹틔웠다고 할까.
혜원의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뒤늦게 휘현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다시 좋아한다며 재회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시간이 엇갈렸다. 휘현에게 조언을 하나 한다면, "기회를 포착하시길 바랍니다"다. 휘현은 돈이 없고, 시간이 없는 걸 알지만 악의가 없는 것만으로는 혜원을 이해시킬 수 없다.
공이 오는 곳에 서있어야 공을 잡아 슛을 날릴 수 있다. 골게터는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이 다니는 길목을 파악하고 '맥'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휘현은 결정적일 때 없다. 그래서는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원은 초반 유정과의 관계를 진전시킬때, 유정이 다닐만한 동선 어디엔가 항상 왔다갔다 하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또한 휘현은 혜원에게 "웃고 당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보다는 웃게 만들어줬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잔인성(?)이 또 한번 드러났다. 혜원이 차속에서 동진한테 온 전화를 "어 오빠"하고 받는 걸 바로 옆자리에서 휘현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연'의 룰이니 어떡하겠나.
동진은 한 연애를 깊이 한 사람이다. 넓이보다는 깊이다. 예의 진지함으로 혜원에게 접근해 "너 덕분에 나도 존중받고 배려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덕분에 알게 된 것 같아"라고 혜원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동진의 선택에 감동한 혜원은 휘현에게 "우리가 어긋났던 그 시간들을 되돌릴 수가 없었던 것 같아. 너가 내 웃는 모습이 좋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준 게 동진 오빠였던 것 같아"라고 야속하게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혜원이 휘현에게 하는 말에는 이제 모두 과거 어미가 들어가 있었다. 휘현은 "내가 바보였다"고 자책했지만, 또 "진짜 데려다주고만 왔네"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차안 복잡한 머리속은 '성숙'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될 듯하다.
둘 다 X를 끊어내고 맺어진 동진-혜원 커플도 아름다워 보였다. 동진은 "우리가 전(前) 사람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남아있잖아.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했고, 혜원은 "천천히 행복하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차속에서 박기영의 '시작'을 부르고 있었다. 동진은 혜원과의 요트데이트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까지 예쁘네"라고 말해 이 커플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창진은 다혜를 거절하고 X인 유정을 선택했다. 하지만 출발전부터 불안했다. 창진은 "유정이가 저말고 다른 사람을 선택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뭔가 끝을 내고 싶어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유정은 자신을 선택한 새 남자 주원 앞에서 결국 X를 선택했다. 유정은 창진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걸 알고 있지만 창진 흔적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광태와 우도 데이트를 해도 내내 창진이와 과거에 나눴던 흔적과 기억 살리기에 불과했다. 게다가 창진도 유정에게 앞으로 바뀌겠다고 다짐했다.
주원은 깍쟁이 같은 유정에게 첫눈에 반해버렸고, 서로 개그 코드, 티키타가도 잘 맞았지만, 서로 잘 통하는 것만으로는 커플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원은 전화로 "행복했다"고 했고, 유정은 "여기와서 2~3주만에 이런 감정을 느낄 줄 몰랐어"라고 했다. 그 옆에는 창진이 앉아있었다.
주원은 "난 널 선택 안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애"라고 한 반면, 유정은 "근데 난 못 그럴 것 같아"라고 했다. 내가 뭘 들은 거니?
유정은 성숙된 사람,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유정에게 왔는데, 거절당한 그 느낌이 어떠했을까?
주원은 "내가 널 선택안하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해서… 내가 나를 위한 선택을 한 것 같아"라고 말해 자신의 선택이 계산에 의한 행동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불안한 유정이 주원에게 "지금 모든 걸 잃은 것 같아?"라고 묻자 "아니~ 오히려 절대 그렇지 않아"라고 말했고, 유정이 "오빠(주원)가 좋은 사람인데 걱정이 돼서"라고 하자 주원은 "너 옆에 있는 사람(창진)도 너무 좋고"라고 윤종신 가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덕담(?)까지 했다.
주원은 속은 쓰리겠지만 "조심해서 가고. 이 정도였으면 만족합니다"라고 성숙한 멘트를 남겼다.
유정은 "아직 이 사람(창진)을 챙겨줘야 될 것 같아"고 말하며 주원과의 전화를 끊었다. 어안이 벙벙한 창진은 계속 헛소리를 날리고 있었다. 이럴 때 드라마에서는 자기 볼을 꼬집어보더라. 창진은 "나도 이별준비 많이 했거든"이라면서 "좋았는데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창진은 유정에게 잘해야 할 일만 남았다.
유정은 후인터뷰에서 "창진 오빠를 선택하지 않으면 제가 안 행복할 것 같았다"면서 "눈치 없는 창진 오빠 귀엽고…"라고 말해 콩깍지가 아직 씌여져 있음이 분명함을 보여주었다. 귀가 길에 창진이 유정에게 "이리 와봐"라며 유정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이건 진짜 애인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바이브가 아닌가? 창진은 이제야 "뭔가 팔걸이를 만난 느낌. 뭔가 잘 맞았다는 기억이 떠오르면서 역시 그 사이즈구나"라고 말하며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환승러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한 것도 좋았다. 주원은 음악 작업을 하고 있었고, 상정은 빙상 스타터 심판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2023년 크리스마스에는 모두 함께 시간을 보냈다.
상정과 민형은 여전히 투닥거리고 있었지만 알콩달콩한 겨울을 보내고 애견 '미피'와 함께 봄을 맞았다. 동진과 혜원은 요트데이트를 즐겼다. 창진과 유정은 해변 데이트를 즐겼다. '다시 안 만났으면 어떡할 뻔 했니'라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알콩달콩했다. 지난 겨울에는 홍콩 여행도 같이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