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빌라 수백채를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인 ‘빌라왕’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사기 혐의를 받은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 A(40)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 임대인을 통해 무자본 갭투자로 건물을 사들여 임차인 87명으로부터 80억300만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A씨 등은 실제 분양가보다 더 높은 금액의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받은 뒤 이 돈을 건축주에게 지불하고, 남은 돈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 가졌다. A씨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240채를 매입한 뒤 세를 놓다가 제주에서 사망한 빌라왕 등 7명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본인을 주범이라고 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리베지트 지급을 세입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매매가가 전세가와 같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피해자들이 전세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징역 8년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 입장에선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다는 점, 매수하는 자가 리베이트를 받는 등 무자본 갭투자라는 점 등을 알았다면 전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범행 피해자들의 75% 이상이 사회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20~30대”라며 “A씨 등은 피해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피해자 중 10명과 합의했다곤 하나, 합의한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 합계는 약 21억원 정도로 전체 피해금 80억원의 25%밖에 되지 않는다”며 “A씨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범행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인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4-3부(부장 이훈재)는 지난해 11월, 징역 8년 선고를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측의 논리는 자연적인 임대차계약인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고, 갭투자 구조와 같이 세입자의 위험 발생이 예정된 비정상적이고 인위적인 거래 구조에 대해선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A씨를 포함한 공범들 중 어느 누구도 실거래 가격이 보증금보다 낮다는 점, 매수인이 무자본 갭투자를 한다는 점 등 중요한 사정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에 대해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