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022년부터 2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 달간 북한의 경제상황이 러시아의 식량, 원자재 및 석유 공급으로 인해 상당히 개선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북한의 기존 공장 중 이미 많은 곳은 생산능력을 초과하여 가동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경제 개발 계획인 향후 10년 동안 북한의 200개 군과 도시에 각각 공장을 짓겠다는 선언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하며 개발 의지를 밝혔다며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그 배경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게 된 데는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 큰 수혜가 됐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평범한 북한 사람들에게는 몇 년 간 심각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뜻대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부결 시켰다. 이에 따라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30일 임기를 마치고 활동을 종료하면서 사실상 대북 제재의 중심축이 무너졌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앞서 보도한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선박들이 수십만 배럴의 석유를 실어나르기 위해 러시아 항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해준 대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북한은 러시아에 대해 그동안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단체 관광을 재개했으며,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북한 당국과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새로운 철도, 페리, 자동차 노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몇 달간 북한의 경제 상황이 러시아의 식량, 원자재 및 석유 지원으로 인해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2019년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폐쇄하고 강력한 국제 제재 하에서 식량난이 심각해졌던 시기 이후 운명적 전환 국면을 맞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FT는 전했다.
한국 중앙은행 추정에 따르면 2022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0.2% 줄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북한의 1인당 연간 GDP는 1123달러(약 154만6000원)로 남한의 1/30배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석탄, 콘크리트 및 산업용 플라스틱 생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한 경제는 중국의 식량, 연료 및 비료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워드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을 통해 빠르게 이익을 올릴 수는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오직 중국의 자비에 의존하는 것은 안보적으로도 불안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의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북한 경제 전문가는 “김정은은 하나가 아닌 두 후원국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냉전과 유사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며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러시아와의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그 전략을 되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