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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내와 바람을 피운 남성에게 항의 차원에서 전화 4통과 문자 2통을 했다가 스토커로 몰려 기소되고, 유죄시 직장까지 잃을 뻔 했던 공무원이 무죄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공무원의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판심의 문유진 대표변호사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된 공무원 A 씨가 지난 2일 무죄를 받았다고 밝혔다.
A 씨의 사연은 지난해 10월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A 씨는 군청에서 일하던 2018년 직장 동료 아내 B 씨와 결혼했다. 이후 A 씨는 시청으로 자리를 옮겼고, 아내는 계속 군청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A 씨의 아내는 어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속옷을 신경쓰고, 평소 뿌리지 않던 향수를 뿌리는가 하면 누군가와 자주 장시간 통화를 했다. 심지어 당직 근무를 한다며 외박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A 씨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B 씨의 뒤를 몰래 따라가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내가 다른 남성의 차에 타고 어디론가 가버린 것.
A 씨가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후 어느날 아내는 갑작스레 "오빠는 매력 없다", "같이 살기 싫다"고 대놓고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A 씨는 아내가 휴대폰으로 대화를 몰래 녹음 중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이에 휴대폰을 뺏으려다 실랑이가 벌어졌고 아내의 팔에 멍이 들었다.
아내는 몇 달 후 A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처가에 하소연해봤지만, 장인과 장모는 B 씨의 편만 들었다.
A 씨는 상간남이라도 설득해보기 위해 네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가 닿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너는 나이만 먹고 아직 철이 없는 것 같다", “네가 한 짓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2통을 남겼다.
무심코 취한 그 행동이 A 씨를 더 궁지에 밀어넣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상간남은 A 씨가 4번 전화를 시도하고 2통의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스토커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A 씨를 검찰로 넘겼고, 검찰 역시 A 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해 결국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A 씨는 이 일로 공무원에서 잘리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스토킹 처벌법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받아도 직장을 잃게 될 수 있다. 약식기소는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한 대부분이 검사의 청구대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미 A 씨에 대한 징계개시 절차가 시작돼 법원 판결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A 씨 측은 정식재판을 청구하며 대응에 나섰다. 또 상간남을 상대로는 간통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그러자 상간남 측은 '스토킹에 대해 합의해 줄테니,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해달라'고 합의를 타진해왔다.
A 씨로서는 고민되는 상황이었다. 합의를 하면 스토킹은 바로 무죄가 될 수 있지만, 상간남에게 간통에 대한 책임도 지울 수 없다. 반대로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상간남에게 간통 책임을 지울 수는 있지만, 자신의 스토킹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덜컥 유죄 판결이라도 난다면 평생 직장인 공무원에서 잘릴 수 있다.
A 씨의 변호사는 "끝까지 책임을 져주겠다"며 합의를 거절할 것을 추천했다고 한다.
A 씨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 상간남에게 간통의 책임을 지우고, 자신의 직장도 지킬 수 있게 됐다.
문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는 무죄 판결의 확률이 정말 낮기에, 공무원과 같이 형사처벌로 인한 징계가 뒤따라오는 직업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사안에 따라 정식재판으로 다퉈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