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기업, ‘규제 사각’ 국내 합성니코틴 시장 노린 이유는?[세모금]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정부가 합성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관련 조사에 착수해 이르면 연말께 마칠 예정이다. 유해성 결론이 나더라도 합성니코틴이 법률상 담배로 지정되기까지는 국회 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가 이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사이 글로벌 대기업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그룹은 한국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법령 ‘사각지대’를 노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10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중 합성니코틴에 대한 성분을 분석해 유해성을 판단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관련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있지만 가장 최근 자료를 근거로 법 개정을 하기 위함”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연말에 결과가 나오면 관계부처와 국회가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다. 법령에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천연 니코틴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 의무나 경고 문구, 그림을 부착할 의무가 없고 온라인 판매와 판촉도 가능하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이 궐련의 니코틴 농도와 큰 차이 없고, 오히려 궐련에 없는 새로운 성분도 검출돼 유해성이 있으므로 구분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동안 담배사업법 개정을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국회 논의도 제자리 걸음이다. 21대 국회에서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법안은 30일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자동 폐기된다.

담뱃세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합성니코틴 유해성 여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성니코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논의를 위해서는 데이터나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 입장을 정리해 법안 개정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용역이 마무리 되어도,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합성니코틴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이 글로벌 대기업인 BAT그룹은 한국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BAT그룹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를 검토하는 곳은 관련 규제가 없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BAT가 관련 규제 마련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이 진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가격은 현행 담배보다 싸다. BAT는 세금 부담이 없는 만큼 그만큼 가격이 일반담배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합성니코틴을 활용한 담배는 늦어도 하반기에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BAT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제품에서 세금 및 부담금에 대한 절약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세금 부과가 이뤄지면 가격 조정을 검토해봐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전자담배업계 관계자는 “세금 부과 정도가 비합리적으로 결정되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음지 시장이 더 활성화되거나 다른 편법이 등장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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