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과천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오동운(5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가 딸에게 성남시 땅을 매도하기 반년 전에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30평형 배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유한 땅의 재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 증여세 절감을 위해 자녀에게 싼 값에 땅을 판 것 아나냐는 의혹이 더 짙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 본인도 소송에 배우자의 대리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에 제출된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 답변서에 따르면 오 후보자의 배우자 김모씨는 2020년 2월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수원지법에 조합원 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씨는 재개발 조합이 30평형을 일반분양하면서 조합원들에게는 25평형에 대한 분양권을 부여하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조합원 총회 개최를 금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저층(1∼4층) 30평형을 조합원들에게 우선배정하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낸 소송의 대리인은 오 후보자를 포함한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들이 맡았다. 다만 김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법원은 약 일주일 뒤 김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이 기각된 지 6개월 뒤인 2020년 8월 25일 김씨는 딸 오모 씨에게 해당 토지 약 18평과 건물을 4억2000만원에 매도했다. 오씨는 당시 20살로 대학생이었다.
오씨는 이때 오 후보자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4850만원의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주택과 토지를 매매했다고 한다. 증여받은 돈 약 3억원 외 1억2000만원은 신한은행에서 받은 대출로 충당했다고 오 후보자 측은 설명했다.
해당 부동산의 공시지가는 2020년 1월 ㎡당 319만3000원이었으나 2023년 1월 기준으로 ㎡당 448만1000원으로 올랐다.
오 후보자는 오씨에게 부동산을 판 경위에 대해 “당시 제3자와 가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당사자가 계약을 포기했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가 2020년 9월 중순으로 예정돼 그 전에 제3자에게 처분이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장녀에게 매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매 당시 별도의 감정평가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자는 또 답변서에서 2020년 7월 인천의 한 오피스텔 3개 호실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가 이후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있다고도 밝혔다. 3개 호실 중 1개는 오 후보자가, 나머지 2개는 배우자 김씨가 분양받아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 후보자는 오피스텔 분양자 측에서 호실별로 사업자를 개설했고, 이후 계약을 해지하면서 환급받았던 부가세 약 2260만원을 다시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김씨가 2020년 약 1724만원의 사업소득을 얻은 것으로 신고됐는데, 이는 분양사 측이 분양계약 체결 때 부담했던 중도금 대출이자를 계약 해지 이후 일방적으로 김씨의 사업소득으로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관련한 정확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