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중앙동 청사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직접 나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에 기재부 4급(서기관) 전입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재부 4급 서기관을 지자체로 내보내고, 지자체 5급 사무관을 받는 방식의 ‘인사교류’를 제안했지만, 각 지자체에선 4급 정원 한 자리를 기재부에 빼앗겼다는 입장이다. 특히 각 지자체는 ‘예산협의권’을 가진 예산실 심의관들이 직접 각 지자체에 인사교류를 강요한 탓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과 공무원노동조합연맹·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14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가 소속 4급 서기관들을 전국광역시·도에 일방적으로 전출하고, 각 지자체 소속의 5급 사무관을 기재부로 전입하는 것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기재부 출신 4급 서기관의 등장으로 지역민을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하는 광역시·도 소속 공무원의 승진 기회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재부의 이번 인사 방침은 겉으로는 동등한 인사교류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재부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파견 형식도 아닌, 지자체에서 정원을 잡는 방식으로 실행되면 지자체는 4급 정원을 한 자리 잃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인사담당자는 “현 정부에서 부처 간 인사교류 뿐 아니라 지자체와의 인사교류를 폭넓게 해 벽을 허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 4급이 기재부에 오면 과장을 해야하는데 그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5급 사무관부터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4급-5급 교류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박’을 느꼈다는 지자체 측 주장에 대해선 “지자체에서 ‘저희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면 ‘그래도 합시다’ 이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 설명과 달리 각 지자체는 기재부의 ‘정부예산 협의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이번 인사교류를 제안한 쪽이 기재부 인사담당자가 아닌 예산실 2급 심의관 5명이었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김태신 공무원연맹 본부장은 “예산실 2급 심의관 5명이 지역별로 할당을 해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에 이런 제안을 해왔다”며 “기재부가 예산을 쥐고 있는 만큼 각 지자체로선 ‘압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행시 재경직 출신 공무원 비중이 높아 인사 적체가 심한 부서 중 하나다.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을 거쳐 부이사관(3급)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입직 후 최소 20년이 넘게 걸린다. 이 탓에 지난 4월 8일 최상목 부총리가 기재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첫 라이브 방송에서 한 직원은 “기재부가 지금 인사 적체가 심각해 타부처 동기들보다 승진도 늦고 일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며 “빠른 승진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