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국회의장 후보 선거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대표 연임론에 친명(친이재명)계가 다시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른바 ‘명심(明心)’을 얻었다던 추미애 당선인의 의장 후보 선출이 무산되자 ‘당심’을 외면했다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면서다. 박찬대 원내대표 추대와 의장 후보 경선을 거치며 당선인들 사이에선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가 표출됐지만, 추 당선인의 낙선으로 연임에 대한 당원의 요구가 거세졌다는 판단이다.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오히려 ‘연임 부담’을 덜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추 당선인의 의장 후보 탈락으로 개딸(개혁의딸) 등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어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연임은 자연스레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연임론에 말을 아끼면서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강성 지지층’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가 이 대표 연임에 끼칠 영향에 대해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원식 의원이 되고 나니까 이 대표가 연임을 하는 데 있어서는 부담이 덜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른 결과가 나와 추 당선인이 의장 후보가 됐다면, 원내대표도 의장도 이 대표 일극체제라는 비판이 분명 나왔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고 할텐데, 그 상태에서 연임까지 하면 ‘여의도 대통령이냐’는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양손을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이 대표의 연임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장 선거 이후 민주당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탈당 등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현재 많은 개딸들이 탈당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이를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표 연임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명실상부 친명일색인 지도부는 강성 당원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을 강경한 기조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의 이탈과 관련해 “현재 탈당 움직임은 한 풀 꺾였다”며 “의장 선거 직후 탈당이 이어진 뒤에는 당에서 승인을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당 승인을 보류한 상태에서는 탈당 의사를 철회하면 당적을 그대로 갖고 있게 된다”며 “당원들에게 탈당을 멈춰달라는 요청과 함께 그런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가라앉는 분위기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도 직접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다. 전날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행사에서 이 대표는 “내게도 탈당하겠다는 문자가 많이 왔다”며 “최근 입당한 분들이 화가 나서 그러는 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을 혼내기 위해 탈당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당비를 끊으시라”며 “탈당하면 복당이 너무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외에는 원칙적으로 시도당위원장이 기초의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을 공천하다 보니 권한이 상당히 크다”면서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권리당원들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현재 친명계에서는 현역 의원이 뽑는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선거에도 당원의 뜻을 반영하는 등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도모하는 안들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