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신임 인천경제청장 마저 ‘공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영종 국제학교 유치 요원

윤원석 인천경제청장〈좌측〉이 지난 13일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국제 공모로 추진하겠다고 영종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영종국제도시 총연합회 제공〉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얼마전 영종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국제 공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용 전 경제청장이 있을 때부터 공모 계획을 수립해 왔는데 여기에 신임 윤원석 청장이 ‘국제’라는 명칭만 추가시켰을 뿐 공모는 전과 다를 바 없다.

영종 국제학교 유치는 송도 국제학교 유치(지난해 6월 해로우스쿨과 양해각서 체결) 방식과는 다르게 유독 ‘공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윤 청장 마저 공모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공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해외로 나가서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해 올 능력이 없어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한다면서 공모로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결국 파행이 계속되거나 영종 주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명문 국제학교 유치는 일반 공무원의 ‘행정업무’로 처리할 수준이 아니다.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인천시장이 나서야 할 사안이다. 교육부의 국제학교 설립 절차에도 자치단체장(또는 경제청장)이 국제학교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인천경제청 직원들이 공모라는 행정업무로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한다는 구상 자체가 넌센스다.

국제 공모, 일반 공모와 차이 없고 실효성 기대도 어려워

윤 청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국제 공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새롭게 내놓은 방안이 아니다. 지난해 3차례나 공모하려다가 무산된 공모와 다를 바 없다. 일반 공모나 국제 공모나 모두 다 해외 학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해외 학교들이 2~3개월 짧은 기간에 사업성을 검토해 공모에 참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해외 학교들이 한국에 분교를 세운다고 가정해 보자. 입지조사를 비롯해 법률검토,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반드시 외부기관에 의뢰하고 실사 및 검증한 후 이사회를 통과하는데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소요된다. 또한 해외 본교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현지 파트너십과 협력해 추진한다.

따라서 국제 공모를 한다해도 해외 본교가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짧은 기간 내 사업성을 판단하고 서류를 만들어서 직접 공모에 참여하기가 만무하다.

국제학교 유치는 MOU부터 본 계약에 이르기까지 항상 파기될 여지가 높기 때문에 본교에서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장이나 이사회와의 유대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국제학교 유치 지원 조건이 좋더라도 본교는 리스크부터 따진다. 여러가지 리스크중에서도 학교 명성이 떨어지는 우려가 제일 크다. 실예로 최근 공모가 무산된 평택시의 사례가 그렇다.

공모해서 정해진 1~3위 학교들이 지원조건이 미흡하다거나 한국에 분교 설립 자체만으로도 본교 명성이 실추될 수 있다는 이사진의 문제 제기 하나에도 협약이 결렬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만큼 본교 이사회를 설득하는 일은 신뢰관계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변수를 커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천경제청장이나 인천시장이 해외 본교를 한두번 왕래한다고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경제청 직원들이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그런 학교들을 상대로 공모 업무를 본다고 한들 그 무엇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설립자와 별도로 운영법인 정하는 공모 방침은 법을 초월한 위험한 발상

국제 공모는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학교 설립자는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이다. 학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숙사, 시설, 보안, 식당 운영 등 분야별로 위탁운영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학교 설립에 관한 현행법에는 반드시 외국교육기관(본교)이 분교를 설립하게 돼 있다.

그러므로 영종은 본교만이 설립자가 될 수 있다. 반면 제주도 국제학교는 한국기업이 설립할 수 있고 한국기업이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영종은 설립자가 본교라서 본교가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청은 본교외에 별도로 한국, 아시아 운영법인을 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경제청은 공모 기준을 마련하면서 설립자(학교)와 운영법인(에이전시)을 각각 평가해 뽑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학교는 본교가 설립자이고 운영자이다. 현행법은 본교가 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게 돼 있는데 경제청이 별도의 운영자를 뽑았다고 치자, 본교는 학교 운영법인이 어떤 불법 비리행위를 저질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경제청이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르는 격이다.

따라서 경제청은 국제학교 공모에 본교 외의 운영법인을 따로 제안해서도 안되며 평가해서도 안되고 선정해서도 안된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6월 송도 국제학교에 영국 해로우스쿨을 유치하는 MOU를 홍콩기업과 체결했다. 또 영종 국제학교 설립 의향을 밝혀 온 또 다른 영국 학교는 포항시에서 유치하려다가 적법성 문제로 무산된 전력이 있다. 두 학교는 모두 홍콩기업이 본교로부터 아시아 국가에 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 있는 자격(라이센스)을 부여받았다.

앞서 지적했듯이, 두 학교는 우리나라 현행법에 적법하지 않은 홍콩기업이 학교를 설립하는 주체자이기 때문에 설립 승인이 날 수 없다. 교육부의 답변도 있었고 국제학교 인허가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인천시교육청도 현행법 위반사항이 있다면 인허가는 어렵다고 했다.

항간에서는 경제청이 송도와 영종에 이들 학교를 유치하는데 있어 홍콩 기업인의 허락없이는 두 학교가 한국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인을 학교 운영법인으로 지정해 주기 위해 국제 공모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소문도 있다.

이처럼 경제청은 송도의 해로우스쿨과 영종의 한 영국 학교의 설립자격 문제에 이어 영종 국제학교 운영법인 공모 방침에 이르기까지 국제학교 유치 업무에 관한 적법성 여부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특정 학교를 밀어주기 위해 불법을 묵인하고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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