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교수에게 고소당하자 “당한 만큼 갚겠다”…대법, 보복협박 아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자신을 고소한 동료 교수를 보복 협박한 혐의를 받은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협박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등의 이유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앞서 원심(2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사기 혐의로 재판받던 중 같은 대학교수 B씨에게 “제 혐의를 문제 삼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본인을 고소한 B씨가 처벌 의사를 유지하자, A씨는 B씨에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겠냐.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문자메시지로 “인간관계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게 한 만큼 갚아드리겠다.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실 수도 있다”라고 보냈다.

이들의 관계가 틀어진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B씨 등 동료교수 8명에게 토지 개발 사업에 투자하도록 권유하며 지인을 소개해줬다. B씨 등은 총 2억 5000여만원을 투자해 토지를 분양받았는데, A씨의 말과 달리 계획대로 개발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B씨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사기 혐의에 대해선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고, A씨가 여기에 반발하면서 별개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A씨가 B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보복협박’에 해당한다며 재판에 넘겼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본인을 고소·고발한 자에게 보복 목적으로 협박한 경우 가중 처벌하고 있다.

1심은 A씨의 보복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12형사부(부장 나상훈)는 2022년 12월, “문자 메시지 내용이 협박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물론 A씨가 피해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일시적인 분노의 표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1형사부(부장 송석봉)는 지난해 7월, 혐의를 유죄로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A씨는 피해자의 고소에 따라 교수직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A씨도 피해자로 하여금 교수직을 잃게 하는 등 동일한 보복을 하겠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세부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A씨의 문자메시지 전송행위를 협박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도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내용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B씨에게 어떤 해악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관련 형사사건에서 A씨가 무죄를 확정받은 만큼 피해자의 엄벌 주장에 대해 억울하고 서운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자메시지가 높임말로 작성된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상당한 기간 친분을 맺어왔던 피해자에게 억울한 감정을 일시적·충동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많아 보일 뿐 협박이라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그러므로 원심(2심)을 파기한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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