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다음달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매년 400억유로(약 59조원) 지원 합의를 추진한다.
13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첫날 기자회견에서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나토 동맹국들은 연간 약 400억유로 규모의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며 “나는 이 정도 수준의 지원 규모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동맹들이 공평하게 이를 분담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나토 역할이 커지면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당장 필요한 것과 장기적 수요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의가 도출되면 나토 회원국이 각자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일정 금액을 갹출해 모두 합쳐 400억유로 이상을 모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방법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는 것이어서 실제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GDP 대비 최소 2%’로 합의된 나토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 역시 지켜지고 있은 실정이어서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헝가리의 경우 일찌감치 이런 계획에서 빠지기로 했다. 전날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나토 차원의 모든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계획에 참여도, 반대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나토 국방장관들은 이날 나토 주도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군사훈련 방안도 논의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회의 둘째 날인 14일 국방장관들이 “나토 (주도)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및 훈련 계획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미국 중심의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나토 장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앞선 징검다리 성격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나토-우크라이나 혁신 협력 로드맵’(Innovation Cooperation Roadmap)에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방 분야의 나토 표준화를 촉진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에 ‘나토-우크라이나 공동 분석·훈련·교육센터’(JATEC) 설립도 곧 승인될 예정이라고 나토는 예고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장기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진전됐으나 우크라이나가 시급하게 요청하고 있는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 추가 지원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러시아의 미사일 요격에 패트리엇 포대가 최소 7대는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후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1개 포대를, 이탈리아는 SAMP/T 1대를 각각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 외에는 네덜란드가 패트리엇 발사대 등 구성품 일부를 전달하기로 한 정도가 전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FP] |
특히 패트리엇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방공체계 추가 지원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면서도 아직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14일에는 나토 동맹국내 방위산업 생산 확대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상회의에 초청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과 협력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임박설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아태 파트너국들과 긴밀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