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약 8년간 발굴·정비를 거쳐 국가유산 사적인 의정부지(議政府址)를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조성해 18일 시범 개방한다고 17일 밝혔다.[서울시 제공] |
의정부지(議政府址) 발굴 현장 전경.[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광화문 앞 동편 첫째 자리를 차지했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관 의정부 터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약 8년간 발굴·정비를 거쳐 국가유산 사적인 의정부지(議政府址)를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조성해 18일 시범 개방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광장은 1만1300㎡ 규모로 인근의 광화문광장과 함께 시민들이 서울의 중심부를 느낄 수 있는 서울 대표 광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의정부지에 대해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수백년에 걸쳐 역사의 층위를 간직한 장소라고 소개했다.
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문헌자료로만 추정했던 의정부의 실제 건물을 확인했다. 100여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의정부 건물은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중앙관청이 있던 자리는 오늘날 대부분 고층 건물이나 도로로 바뀐 상태다. 시는 이렇게 기존 유적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정부지 발굴조사를 통해 귀중한 성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영의정 근무처 뒤엔 연못과 정자 흔적 발견=조사 결과 조선시대 최고 벼슬자리인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근무처였던 정본당, 종1폼인 찬성과 정2품인 참찬이 근무하던 협선당, 다른 여러 재상들의 사무공간인 석획당이 나란히 배치된 3당 병립 형태로 발굴됐다. 정본당 뒤 후원에는 연못과 정자가 있던 흔적도 발견됐다.
일제가 1910년 의정부 자리에 건립했던 옛 경기도청사의 건물지도 발견됐다. 의정부지는 이렇듯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층위를 품고 있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의정부지를 발굴 상태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유적을 보존처리한 뒤 흙을 덮고, 방문객들이 의정부에서 발굴된 건물의 본래 위치와 형태를 체감할 수 있도록 초석을 재현하고 흔적을 표시했다. 시는 설계 단계부터 문화유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또 발굴 유적을 원형대로 보존·정비하고, 유적 보호와 최적의 관람환경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논의를 거쳤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찾는 시민들은 정본당, 협선당, 석획당, 내행랑, 정자 등 건물지 5동과 연지, 우물 등 기타 주요 시설의 흔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의정부 후원 영역인 연지와 정자 인근에는 정원과 산책로 등 녹지쉼터를 조성해 방문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는 문헌자료와 발굴 성과에 따라 의정부의 옛 경관을 이뤘을 수목을 심어 시민들이 이 장소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실감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꾸몄다.
시는 이곳 일대를 24시간 개방해 한 달간 운영하고 불편사항 등을 접수해 개선 과정을 거쳐 7월 중순 정식 개장한다.
▶의정부, 1400년~1907년까지 조선 최고 행정기구 역할=의정부는 1400년(정종 2년)부터 1907년까지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면서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다.
국가지정유산 사적인 의정부지는 위상에 따라 옛 육조거리(광화문광장∼세종대로)에 있던 주요 관청 가운데서도 경복궁 광화문 앞 동편 첫 번째에 자리한다.
현재 위치로 보면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로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사이에 있다.
의정부는 임진왜란 때 화재로 건물이 훼손됐다가 흥선대원군 집권 후 1865년 경복궁과 함께 재건됐으나,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대부분 훼손됐다.
의정부지에는 1990년대까지 여러 행정 관청이 자리했으며, 1997년부터는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으로 사용돼왔다.
시는 2013년 부분 발굴조사를 통해 옛 의정부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와 유물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2015년부터 학술연구를 벌였다. 이어 2016∼2019년 발굴조사를 통해 그동안 문헌자료로만 추정할 수 있었던 의정부 실제 건물지를 확인했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공간이자 서울시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광화문 일대 역사문화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라며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이 시민 모두가 일상 속 가까이 자연과 역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며 시범 운영기간 동안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많은 목소리를 들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