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식 당시 박 훈련병이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군인권센터 제공]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습니다.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
19일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모 훈련병의 모친이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숨진 박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는 날이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12사단에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할 것 같다’며 ‘걱정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아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차려’ 가혹행위를 받은 상황과 쓰러진 뒤 군대의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며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박 훈련병이 명령에 따라 얼차려를 이행한 데 대해선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고 한다.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비통한 심경을 나타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직접 시민을 맞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
박 훈련병 어머니의 공개 편지 전문은 군인권센터 홈페이지(https://mhrk.org/notice/press-view?id=5319)에 게재돼 있다.
한편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전날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6일 만이자, 지난 13일 첫 피의자 조사 이후 닷새 만이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훈련병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