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7일 국방부 의무자문관인 이국종 교수를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교수는 이날 명예해군 대령으로도 임명됐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증원 확대가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다.
뉴스1에 따르면 이 병원장은 지난 19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명강연 콘서트'에서 "'필수의료과가 망한다'는 말은 내가 의대생이던 30~40년 전부터 나왔다"며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30년 전과 비교해 소아과 전문의는 3배 늘었고 신생아는 4분의1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작 부모들은 병원이 없어 '오픈런'을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을 200만명 늘린다고 해서 소아과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달라지면 의료정책도 달라진다"면서 "지금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내가 전문의를 취득한 1999년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얼마 전까지는 미용으로 의료관광을 육성한다더니 이제는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병원장은 필수의료의 시스템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미국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의사와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20년 전부터 갖췄다"며 "일본이 연간 1800번의 닥터헬기를 띄운다면 한국은 미군헬기까지 동원해도 출동 횟수가 300번이 안 된다. 이런 게 필수의료이고 이런 시스템부터 다져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 병원장은 "현재 의료계는 벌집이 터졌고 전문의는 더 이상 배출되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면서 "의료계가 몇 달째 머리를 맞대도 답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병원장은 중증 외상 분야 권위자로 인기 의학 드라마인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7년에는 판문점을 통해 귀순하다가 심각한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를 살려내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교수 시절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국종법) 개정과 경기도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운용에도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