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
[헤럴드경제] 프랑스 조기 총선을 하루 앞둔 가운데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지지율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배경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극우 정당의 약진에는 프랑스를 국가가 아닌 기업처럼 이끌어온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가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년간 재임하면서 감세와 노동시장 개편을 통해 프랑스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는데, 이러한 경제 정책 때문에 그가 정치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구축하기보다는 마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WSJ은 평가했다.
마크롱 정부는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서 의회의 동의 없이도 입법을 가능하게 하는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의거한 권한을 23차례 행사했는데, 이는 지난 30년간의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지난 1월에도 정부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하원에서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이 조항을 내세워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을 내놨다. 복지 재원이었던 부유세를 축소하고 근로자가 노동 법원에서 고용주에게 청구할 수 있는 퇴직금 한도를 제한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정책을 환영했지만, 서민은 분노했다.
유권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친기업적 개혁이 경제를 활성화하긴 했지만, 치솟는 생활비나 악화하는 공공 서비스 등에 대한 우려는 묵살당했다고 생각한다고 WSJ은 짚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서로 무역 장벽을 세우며 경쟁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맞물리며 프랑스의 재정 적자 규모도 크게 불어났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5%로 정부 전망치를 훨씬 웃돌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내내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왔다. 그 덕분에 실업률은 2022년 말 7.1%로 떨어졌는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대중이 피부로 느끼는 지표인 임금은 약 20년간 제자리 걸음을 했고,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중산층이 이전 세대만큼의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일련의 정책으로 인한 대중의 좌절감은 결국 극우의 인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총선 1차 투표를 이틀 앞둔 28일에도 극우 정당 RN은 여론조사 1위를 지키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제코 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은 37%의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돼 1주 전 조사에서보다 예상 득표율을 2%포인트 늘렸다.
같은 날 BFM TV의 조사에서는 RN이 이번 총선에서 260~290석을 확보해 의석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좌파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28%,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연대 세력인 앙상블은 20%의 표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