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왼쪽)과 장남 브로니 제임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프로농구(NBA)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서 코트를 누비는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르브론 제임스(39)의 장남 브로니 제임스(20)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NBA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 전체 55순위로 지명돼서다. 평소 “아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고 싶다”고 염원하던 르브론 제임스의 꿈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브로니 제임스의 지명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팬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브로니 제임스가 미국대학농구(NCAA)에서 보여준 성적을 감안했을 때 레이커스에 들어갈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브로니 제임스가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레이커스에 선택받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ESPN 등 미국 스포츠전문매체들은 “르브론 제임스가 2024∼2025시즌 5140만 달러를 받기로 한 레이커스와의 기존 계약을 포기하고 3년 최대 1억6200만 달러(약 2240억원)를 받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르브론의 에이전트인 리치 폴은 “르브론은 레이커스의 전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며 “레이커스가 중요한 선수를 영입한다면 제임스가 연봉을 덜 받을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레이커스와의 재계약이 성사되면 르브론은 신인 드래프트로 레이커스에 지명된 아들 브로니와 NBA 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 선수’가 된다. 브로니는 제임스가 20살 때 얻은 첫아들이다.
브로니의 등번호도 확정됐다. 레이커스 구단은 “브로니가 등번호 9번에 ‘제임스 주니어(James Jr.)’라는 이름을 단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LAL)의 ‘간판’ 제임스 르브론(오른쪽)이 지난해 3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고교 남자 농구 ‘올 아메리칸 게임’에 출전한 아들 브로니 제임스(왼쪽)와 대화하는 모습. [AFP] |
그러나 브로니 제임스가 레이커스에 지명된 것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네포티즘’(Nepotism)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네포티즘은 조카(nephew)를 뜻하는 라틴어 네포스(nepos)에서 유래된 말로, 가족·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 등을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인 르브론 제임스가 아니라면 레이커스에 지명되기 어려웠다는 지적인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 [AP] |
르브론 제임스는 NBA에서 손꼽히는 스타 선수다.
만 39세인 그는 NBA에서 네 차례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NBA 역대 최초로 4만점을 돌파했다. 마이클 조던(전 시카고 불스)에 이은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2위로 꼽힌다. 지난해 시즌을 기준으로는 NBA 리그 최고령 선수가 됐다. 르브론은 20차례 올스타에 뽑혔고, 정규시즌 1492경기에서 평균 27.1득점, 7.5리바운드, 7.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브로니 제임스. [AP] |
반면 브로니 제임스의 성적은 NBA 팀에 들어가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니 제임스는 지난 시즌 미국대학농구(NCA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뛰면서 평균 4.8점 2.8리바운드에 그쳤다. 야투 성공률은 36.6%에 머물렀다.
건강 이슈도 있다. 브로니 제임스는 지난해 7월 대학 경기를 뛰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이후 선천성 심장 결함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휴식을 취하다 12월 코트에 복귀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소식에 대해 “최상의 네포티즘”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버지가 위대한 선수이기 때문에 아들이 뽑힌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선 가족 등용이라는 비판론을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SPN의 아드리안 워즈나로우스키 기자는 27일 출연한 EPSN 방송에서 “더이상 네포티즘이라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며 “이미 NBA는 구단주, 코치 등 연고주의로 가득하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