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요청에 따라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복귀한 전공의와 전임의 현황을 공개하는 ‘블랙리스트’가 의사 커뮤니티에 재차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의대생 온라인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난달 28일과 30일 병원에 복귀한 의사 현황 리스트가 업로드됐다.
해당 글에는 경찰 수사 가능성을 의식한 듯 ‘전공의와 전임의의 병원 복귀를 격려하기 위함’이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댓글로 출근자 현황을 제보받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병원별로 근무 중인 전공의 수나, 근무하는 전공의의 소속 진료과와 연차 등의 정보가 공유됐다.
전임의의 경우 소속 병원과 소속 진료과 외에 출신병원과 학번 등 복귀자의 신원을 특정할 만한 정보가 게시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글은 정부가 수련병원에 “6월 말까지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사직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올라온 것이다.
기한에 늦지 않게 7월 중순에 하반기 인턴·레지던트 모집이 공고되려면 결원을 파악해 충원 인원을 정해야 한다.
6월 25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앞에 전공의 이탈로 진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배너가 설치돼 있다. 정부가 9월 1일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입사 인턴과 레지던트 선발에 앞서 미복귀 전공의로 인한 결원을 파악한 뒤 모집인원을 정할 전망이다. [연합] |
정부는 조만간 미복귀 전공 처분 방침을 확정하고 복귀할 전공의와 사직할 전공의를 분류할 계획이다.
복지부의 지난달 26일 집계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출근율은 7.7%에 불과하다.
메디스태프에는 전공의 이탈 초기인 지난 3월에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의사 5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공의 복귀현황 리스트도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19일 시작한 전공의들의 이탈과 이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는 이날로 넉 달 보름 가까이 진행 중이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