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한 시민이 국화꽃을 놓고 있다. 1일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시청역에서 68세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노인 대국'인 일본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를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달 28일 자동차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헷갈려 잘못 밟을 경우 사고를 막아주는 장치를, 자동 변속기 차량에 한해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오조작 방지 장치는 정지 시 차량 앞뒤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장애물을 1∼1.5m 앞에 둔 상태에서는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거나 시속 8㎞ 미만 속도로 부딪히도록 가속을 억제한다. 또 차내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표시된다.
일본에서는 2012년께부터 이같은 장치가 탑재된 차가 판매됐으며, 2022년에는 신차의 약 90%에 이러한 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내 신차 대부분은 이미 오조작 방지 장치가 탑재돼 있다.
일본은 인구의 29.1%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망 사고 원인의 27.6%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혼동 등 '부적절한 조작'이었다. 반면 75세 미만은 이 비율이 9.9%였다.
이에 일본에서도 2019년 도쿄에서 80대 운전자가 정지 신호를 어기고 횡단보도로 질주해 30대 여성과 딸이 사망했고, 2022년에는 후쿠시마시에서 97세 운전자가 인도를 덮쳐 행인 1명이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조작 방지 장치 외에도 고령 운전자를 위해 안전 운전 지원 기능이 있는 이른바 '서포트카'(사포카)를 보급하고 있고, 노인을 대상으로 운전면허증 반납도 독려하고 있다. 또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시 인지기능 검사와 강습도 실시하고 있다.
한편,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는 68세 운전자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역주행 달리다 인도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68세의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페달을 오인해 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당 운전자는 수십년 무사고로 운전을 해온 베테랑 시내버스 기사이며,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단정지을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