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전날 밤 발생한 시청역 인근 역주행 승용차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이민경·박지영 기자]사망자 9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1일 밤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한다.
경찰은 지난 1일 밤 이 사고 가해자 차 모(68)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제3조 1항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순찰차 29대, 교통사이카 7대, 경차 2대, 기동대 4대, 기순대 2개팀을 출동시켜 사고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소방 및 구급차 이동로를 확보하는 등 구호조치를 지원했다”며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제네시스G80 운전자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면밀하게 사고 관계를 확인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 야간 차량과 행인이 많은 도심 교차로와 횡단보도·인도에서 발생한 데다 많은 사망자를 낸 까닭에 사고원인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달리던 가해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잃고 맹렬한 속도로 도로를 벗어나 가드레일을 수차례 들이받으면서도 인도로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며 행인과 차량들을 들이 받았다.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차씨가 현장에서 급발진을 주장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차씨가 비교적 고령은 68세인 점을 감안해 고령 운전에 의한 운전 실수나 판단 착오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씨가 운전에 능숙한 버스운전 기사로 전해진 점도 혼선을 더한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경찰도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차량 블랙박스를 필요한만큼 확보했다”며 “전반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국과수가 차량을 감식할 것이고, 피의자가 주장하는 급발진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대상에 놓고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보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인근 CCTV 영상을 분석하고 1차적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며 “조선호텔에서도 수사에 필요한 영상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차 씨가 도주하려던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을 입어서 도주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며 차량 급발진 주장에 대해서는 “자기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텐데, 결과에 따라서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동차의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의 운행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인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rder) 분석은 국과수에 의뢰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서는 1개월에서 길게는 2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인적 피해 외에 물적 피해는 차량 2대 및 가드레일이 파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차 씨는 전날인 1일 오후 9시 27분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4차선 도로)을 역주행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전날 밤 발생한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임세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