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운전자 역주행 사고로 9명 사망…‘고령운전자 자격논란’ 불 붙나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지난 1일 저녁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보행자 9명을 사망케 한 교통사고 가해 차량의 운전자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면서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대형사고 방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다시금 불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해 차량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까지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고령 운전자의 부주의나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 같은 운전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시청역 교통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인도와 횡단보도에 서 있던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에도 100m 가량 이동하다 건너편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역주행 거리는 총 200m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보행자 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서 검거된 A씨는 경찰에 차량 급발진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 주장했다. 다만 관계당국 검사 결과 A씨는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이 늘면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해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보다 증가했다.

올해 2월에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도로에서 79세 운전자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9중 연쇄 추돌 사고를 내 70대 남성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해당 운전자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지만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 차량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운전자는 지난 5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3월에도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터널 교차로 인근에서 80대 남성이 운전 부주의로 7중 연쇄 추돌사고를 냈다. 4월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 90대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후진 중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이달 11일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완산동의 한 도로를 달리던 SUV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와 트럭 등 5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SUV는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가 도로변 전신주를 들이받은 뒤 뒤집혔는데, 이 사고로 80대 운전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정부는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를 갱신하려면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도 교통안전교육 권장 대상이다.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10만~30만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을 매년 2%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면허를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추진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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