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3일 인천시청에서 F1 개최 반대 인천대책위원회 발족하고 인천시의 F1 유치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F1 그랑프리 인천’ 유치를 놓고 인천광역시와 인천시민사회의 찬·반에 대한 마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F1 개최 반대 인천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F1 그랑프리 인천 유치 반대에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인천시는 유치를 위한 수억원의 용역 예산 마련 등 거침없는 질주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총 5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연대)는 3일 인천시청에서 ‘F1 개최 반대 인천대책위원회’ 발족 및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정 악화의 위험과 환경 악화의 피해,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F1 인천 유치 추진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천시는 F1을 운영하는 포뮬라 원 그룹에 개최의향서를 전달하고 본격적인 유치를 위한 유치 전담팀을 꾸려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F1 그랑프리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연대는 이어 “인천시는 이미 11명의 공무원을 배치해 F1 유치 전담팀을 꾸렸고 예산을 배정해 유치와 운영에 대한 전문 조사 용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26일에는 F1 용역 등 5억5000만원을 포함한 추경예산안이 인천시의회 예결위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연대는 인천시의 F1 유치 추진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연대는 “지방 재정 악화에 대한 부분이다. F1 그랑프리를 유치하기 위한 개최료 부담,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전용경기장을 건설하지 않는다고 해도 도심지 내 도로 인프라 구축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소요되며 개최료를 포함해 수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사가 수익을 제대로 창출해 내지 못하는 경우 인천시의 재정은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행사가 흑자로 되기 어려운 것이 예상됨에도 무리하게 대회를 진행한 후 인천시의 재정 악화로 인한 인천시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라스베가스, 모나코의 사례를 들며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인천시의 입장에 대해 연대는 “F1 대회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오고 도시 내에서 관광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그런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도시는 관광이 중심인 관광도시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스베가스나 모나코의 사례는 관광이 주요 수입이고 이로 인한 세수 확대의 효과도 크게 날 수 있는 도시이지만 인천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F1이 잘 알려져 있고 많은 팬들이 존재해 잠재 수요가 충분하지만, 한국은 F1 팀은 커녕 F1 선수조차 한 명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F1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전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규모 관객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예상된다고 연대는 강조했다. 연대는 이미 영암 F1에서 실패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연대는 이어 “인천시는 재정과 시간의 문제로 전용 경기장 구축 대신 도심 레이스로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말한 뒤 “도심 지역에서 열릴 경우 주행으로 인한 소음과 분진 공해가 해당 도심의 시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영흥석탄화력과 황사 등으로 대기질이 나쁜 상태인 인천의 대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면서 “인천시가 시대정신에 반하는 반환경적 F1 그랑프리를 유치한다는 것은 탄소중립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꼬집었다.
F1은 이산화탄소 발생 등 전세계인들에게 반환경적 스포츠로 비판을 받아왔다. F1 측도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포뮬러E라는 전기자동차경주를 운영 중인 상황이다.
이밖에 F1은 인천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F1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F1으로 유입된 관광객에 대한 기대는 대형호텔과 카지노들이 대부분 특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인천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관광요소는 주로 문화·역사적인 요소나 섬에 있기 때문에 결국 F1은 대형호텔과 카지노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집중될 수 밖에 없고 시민들에게는 경제적 피해와 심각한 불편만 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대는 “유정복 시장은 대규모 행사성 예산으로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저출생과 민생 대책 등 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과 그동안 해결해오지 못한 묵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정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인천시가 계속 F1 그랑프리 유치를 추진해 나간다면 유치 반대 운동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당 인천시장도 이날 인천시의 F1 그랑프리 개최 추진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인천시당은 “F1 그랑프리는 개인기업이 운영하는 행사로 이를 유치하기 위해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전남 영암(2010년~2016년)에서 진행된 F1 대회의 적자 규모가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천시는 F1 대회를 일반 시내도로에서 추진하는데 이는 천지를 진동할 굉음과 분진, 교통이 막히는 불편함을 인천시민이 감내해야 한다”며 “인천시는 민생과 복지를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F1 대회에 귀중한 혈세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추진하는 타당성 용역을 통해 이를 충분히 검토해 효율적인 대회 기본구상을 마련하고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