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동훈·원희룡 ‘대권놀음’…대표 되면 당 깨질 수밖에”[與 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중도 확장이라는 변화, 개혁도 보수의 뿌리가 없으면 어렵다. 선거 때만 보따리 장사처럼 나타나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지난 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 후보는 “우리 스스로 보수의 가치로 무장되어 있고 확신이 있을 때 자신 있게 ‘왼쪽 가치’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대세론? 허구…신선함만으로는 한계 명확”

나 후보는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민의힘이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 후보는 출마를 선언한 결정적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당이 위기가 아니라면 절대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나 후보는 “22년 동안 당이 위기일 때 한 번도 뒤로 숨지 않았다”며 “2018년 지방선거 당시 65번,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88번의 지원 유세를 다녔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원내대표로 당을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 다음 대선에서 재집권할 수 없다”며 “보수가 재집권하지 못하면 거대 민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총선 참패를 둘러싼 ‘한동훈 책임론’과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은 당시 당을 이끈 리더십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보수를 찍으면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보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사심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 총선 당시 후보자들이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도 보지 못해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대세론’에 “우리 당원들은 매우 현명하고 신중하다. 언론이 만드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세론은 허구다. 신선함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당의 개혁과제로 나 후보는 ▷정확한 보상 체계 ▷오픈 프라이머리 등을 제안했다. 나 후보는 “무기력을 깨고 강인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역량과 기여도에 따라 정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정말 당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가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계파 권력을 철저하게 해체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천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당원이 공천권을 가지기 위한 ‘여야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한다. 그 외에 당에 오래 기여한 분들에 ‘공천 가산점’을 줘 당원 존중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원희룡·한동훈, 대권 위해 현직 의원까지 동원해 줄 세우기”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연판장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나 후보는 거세지는 ‘원(희룡)-한(동훈) 갈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나 후보는 “두 후보가 자신의 다음 대권을 위한 줄 세우기로 현직 의원들까지 동원하며 세게 부딪히고 있다”며 “갈등의 본질은 ‘대권 놀음’”이라고 짚었다. 그는 “두 후보 중 한 명이 당대표가 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는 위험 수위까지 다다랐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연판장 사태’와 관련해) 인간적 서운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은 없어야 한다는 대의를 가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사적 감정과 공적 이익은 구별해야 하고 개인적 욕심보다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신념은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나 후보는 “당대표가 되기 위해 나왔다”며 “그 목표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유일한 ‘원내대표 출신’…“채무상환 기간 늘리고 이자율 낮출 것”

나 후보는 네 명의 후보 중 유일한 ‘원내대표 출신’이다. 나 후보는 국민의힘에 대해 ‘웰빙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두고 “무기력증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108석이 적은 의석처럼 보여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큰 의석”이라며 “2019년 탄핵 이후 당이 가장 힘들었을 때 저는 ‘문재인·김정은 수석대변인’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무기력한 당을 깨웠고 장외투쟁을 이끌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당대표는 원내투쟁과 장외투쟁을 모두 가용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한 나 후보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인력 확충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차별 정책’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싱가폴이나 홍콩 등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최저임금이 없거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외국인의 본국 임금 수준을 고려한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 후보는 “저출생고령화 시대는 극복의 문제도 있겠지만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치가 움직여야 하는데 그 핵심은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감도가 낮은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놓으면 국민의 생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 후보는 민생정책으로 ‘채무조정’을 언급했다. 나 후보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세계에서 빠른 편이고 대출 연체율이 10%가 넘는다”며 “카드사, 은행권과 이야기해 채무상환 기간을 늘려주고 이자율을 낮추는 채무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현금살포성’ 정책에 대해서 나 후보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현금살포성 정책이 어떠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지금의 물가 상황은 에너지와 곡물 가격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수입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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