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와 부인 빅토리아가 투표소로 이동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차기 영국 총리 자리를 예약했다.
스타머 대표는 5일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하면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스타머는 추진력과 실용주의로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뤘다. 노동계급 가정 출신으로 글로벌 대기업과 맞선 인권 변호사 출신이지만, 정계에 진출해 당권을 잡은 이후로는 중도좌파 노동당을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나 스타성을 내세워 인기를 얻으려기 보다는 정권 교체를 목표로 당을 결집하고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당의 변화를 추구해 왔다.
AFP 통신은 이런 면을 가리켜 “가차 없는 야심과 강력한 직업윤리로 자신을 영국에서 가장 높은 선출직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역시 스타머에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나 ‘제3의 길’ 토니 블레어 같은 카리스마는 없다면서도 “보수당 총리 3명의 실패 경험을 기회로 삼아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짚었다.
스타머 대표는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정권 심판론을 펼쳐왔다. 또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부의 창출, 흔들림 없는 국가 안보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중도화 전략을 쓰면서 지지층을 넓혔다.
최근 선거 유세에서도 그는 “정치는 봉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국가 먼저, 당은 나중”이라는 철학을 거듭 강조했다.
1962년 영국 런던 서더크 태생인 스타머 대표는 리즈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87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의 부인으로 유명한 인권 변호사 아말 클루니와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어 친구 사이기도 하다.
맥도날드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환경운동가들을 변호했고, 아프리카·카리브해 지역 사형수들의 항소를 이끌었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2005년 우간다에서 400명의 사형 선고를 뒤집은 사건을 변호사로서 가장 최대 성과로 꼽았다.
2008년부터 잉글랜드·웨일스 검찰 수장인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5년간 일하며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데 이어 정계에까지 진출하자 일각에서는 그가 ‘기득권층’에 들어서는데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의 후임 청장인 켄 맥도널드는 그러나 “그는 법조계에서 일하듯 정계에서 일하는 것 같다”며 “화려한 불꽃놀이는 없으나 자료를 완벽히 숙지해 승소율이 높았다”고 FT에 말했다.
50대 늦은 나이로 정계에 입문해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좌파 성향이 뚜렷한 제러미 코빈 대표와 종종 부딪히는 와중에도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을 지냈다.
코빈이 2019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2020년 4월 후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부인 빅토리아와의 사이에 아들(16)과 딸(13)을 두고 있다. 유대계 가정 출신인 빅토리아 여사는 일을 계속하면서 최대한 정치인의 아내로 대중에 부각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 왔다. 또한 스타머 부부는 선거 운동을 위해 두 자녀를 카메라 앞에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 왔다.
이번 총선의 출구 조사 결과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0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 다른 당 의석수를 합한 것보다 170석 많은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리시 수낵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31석으로 참패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5차례 총선에서 출구조사가 1.5∼7.5석 범위 내로 정확도를 보여 개표 결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