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왕년 국민주’ 카카오·네이버, 주주 열에 아홉 피눈물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카카오톡, 라인프렌즈]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양대 플랫폼사(社) 네카오(네이버+카카오)에 최근 3년간 투자했던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소위 ‘물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 수를 기록하며 한때 삼성전자의 뒤를 잇는 차세대 ‘국민주’로 떠올랐던 두 종목의 주가가 급락세를 거듭하면서다. 특히, 최근 3개월 간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선 시가총액 감소 규모 1·2위의 ‘불명예’를 카카오와 네이버가 나란히 뒤집어 쓰기도 했다.

최근 3개월 시총 감소액 1·2위는 카카오·네이버

10일 헤럴드경제는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활용해 최근 3년간(2021년 7월 9일~2024년 7월 9일) 네이버, 카카오에 대한 매물대를 20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카카오가 기록한 전날 종가 4만2450원은 20개 매물대 가운데 가장 낮은 ‘3만7600~4만3820원’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물대에서 거래를 한 4.61%를 제외한 95.39%의 매물은 상위 19개 매물대에서 거래됐단 의미다. 최근 3년간 카카오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 100명 중 95명 이상이 손실 구간에 놓여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경우에도 전날 종가 17만700원은 최하 매물대인 ‘15만8500~17만3275원’에 포함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물대의 9.79%를 제외한 90.21%의 매물은 더 높은 19개 매물대에서 거래됐다. 카카오보단 좀 더 상황이 낫지만, 여전히 10명 중 9명 이상의 투자자들은 물린 것을 의미한다.

최근 3년간 네이버, 카카오의 주가는 각각 58.92%, 73.55% 하락했다. 각각 ‘반토막’, ‘4분의 1 토막’에 해당한다.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카카오와 네이버의 소액주주 규모는 각각 약 179만명, 105만명에 이른다. 삼성전자(작년 12월 말 기준, 467만명)에 이어 소액주주 수 2,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의 소액주주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카카오의 경우 24만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눈물의 손절’을 감수했을 가능성이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서도 네이버, 카카오 주가가 반등할 기미가 없다는 점은 개미들에겐 더 실망스런 지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4월 9일~7월 9일) 코스피 상장주 836개 종목 중 시총 감소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3조1017억원을 기록한 카카오다. 이 기간 주가도 4만9250원에서 4만2450원으로 13.81%나 하락했다. 시총 감소액 2위는 같은 기간 2조9721억원이 증발한 네이버의 몫이었다. 주가도 18만9000원에서 17만700원으로 9.68%나 떨어졌다.

올해 전체 거래일로 폭을 넓혀서 살펴볼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 감소액을 훨씬 더 커진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 감소액은 무려 각각 8조6564억원, 5조3278억원에 이른다. 합산 감소액은 13조9842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25위 SK스퀘어(13조9062억원), 26위 크래프톤(13조8639억원), 27위 HD현대중공업(13조5290억원) 수준의 회사 주식이 통째로 사라진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와 ‘미래’ 모두 흔들리는 네카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와 ‘미래’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한목소리로 “주가 부양”을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선 우세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네이버, 카카오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4339억원, 1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2%, 23.52%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스피200 종목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연일 예상 영업이익을 높여잡고 있는 상황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해선 오히려 내려 잡는 모양새다. 지난 5월에 비해 증권가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네이버 2.95%(4471억→4339억원), 카카오 5.78%(1488억→1402억원)씩 하향 조정됐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서비스에서 경쟁 심화에 직면했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 웹 검색 점유율은 올 1월 61.9%에서 7월 57.8%로 하락했다. 동기간 2위 구글의 수치는 5%포인트 상승했다. 네이버 쇼핑 거래액마저도 지난해 1분기 거래액이 12조2000억원(전 분기 대비 -2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다.

카카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월간 활성 이용자(MAU)에서 작년 12월 유튜브에 1위를 내준 후 올해 내내 2위에 머물러 있다. 유튜브 MAU가 60만명 증가(4565만→4625만명)할 동안 카카오톡 MAU는 12만명이 감소(4554만→4543만명)하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미래 성장 동력에서 예상보다 성과가 미진한 점도 주가 반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단 평가다. 네이버의 경우 자체 AI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기능에 도입했지만 돌파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카카오톡에 AI를 접목하겠다던 카카오의 AI 신사업은 작년부터 ‘예고’에만 그친 상황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영진 교체 후에도 주요 사업을 관통하는 AI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이터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희석되고 AI 경쟁력을 놓칠 확률은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신성장 동력 사업을 계열사로 분리해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도 본사 주가엔 부정적 요인이란 평가도 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김아람 연구원은 “네이버의 사업별 가치합산 평가(SOTP) 밸류에이션에서 웹툰 지분가치를 4조6000억원으로 산정했다”면서 “IPO로 인한 지분 희석과 ‘더블 카운팅’ 할인에 따라 보수적 지분가치를 1조9600억원으로 제시하며, 네이버 주가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짚었다. 그동안 잦은 쪼개기 상장으로 지적을 받은 카카오는 지난달 ‘무분별한 신규 기업공개(IPO)를 지양한다’는 사회적 신뢰회복 방안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이 밖에도 양사 임원들의 자사주 줄매각,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 관련 검찰 소환 등의 소식은 투자자들에겐 악재다.

한편, 증권가에선 네이버, 카카오 주가 반등을 위해선 결국 AI를 기반으로 한 확실한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 김하정 디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최근 소버린 AI 시장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에 규모는 작지만 지분 투자를 하면서 기존과 달라진 유연한 AI 전략의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본업 성장과 AI 서비스의 가능성이 올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 주가의 키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카나나 알파(AI 모델 개발), 카나나 엑스(AI 서비스 제공)를 구성했는데, AI 서비스의 구체화된 로드맵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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