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집 풍비박산” 판사 눈시울도 붉어졌다…‘분당 흉기난동’ 유족 호소

'분당 흉기 난동범' 최원종.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우리는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이 허무하다. 행복한 우리 집은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10일 오후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 704호 법정 증인석에 백발의 60대 남성이 미리 준비해 온 의견서를 양손에 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른바 '분당 흉기 난동'을 저지른 최원종의 범행으로 숨진 이희남(당시 65세) 씨의 남편이었다.

이날 최원종의 살인 등 사건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피해자 유족 의견을 진술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것이었다.

그는 "65세 노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려고 집을 나서 맨날 다니던 동네 길을 걷던 중 차가 뒤에서 돌진했다"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 손을 잡고 걷던 아내는 한순간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저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어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돼도 흉악 살인자는 살아있는 세상이 참 원망스럽다"며 "이런 계획 살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형을 선고해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해달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울부짖었다.

또 다른 사망자인 김혜빈(사고 당시 20세) 씨 어머니도 "어제(7월9일)가 혜빈이 스물한번째 생일이었다. 지난해 8월3일 이후 우리와 함께 살지 못했으니 혜빈이는 여전히 스무살"이라며 '헤빈이는 최원종에 의해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최원종은 두 명만 죽인 게 아니고 가족, 친구, 지인 모두의 마음과 영혼을 파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벌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현병, 심신미약이 아니라 14명의 피해자가 돼야 한다"며 "최원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 그리고 희생자들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판사도 유족 진술을 듣고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판사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피해자들의 아픔도 재판 기록에 남겨놓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 이 절차를 진행했다"고 했다.

유가족들의 진술이 이어지는 동안 피고인석에 있던 최원종은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만지고, 안경을 위로 쓸어올리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등 태도를 보였다.

이날 검찰은 1심 구형과 같은 사형을 구형하고 "검찰 최종의견은 오늘 두 유족의 말씀을 한 토시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원용한다"고 했다.

최원종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과 피고인 가족분들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사형을 원하는 마음도 이해한다"며 "다만 형사상 처벌은 법률에 따른다는 죄형법정주의는 지켜져야 한다. 법조인이라면 법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또 "원심은 심신미약이라고 판결하면서도 감경 사유가 아니라며 감형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스스로 밝힌 바처럼 처벌받고자 한다. 다만 법에 정해진 것처럼 형평을 위해 감경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 [연합]

최원종은 최후 진술에서 "유가족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후 꾸벅 인사했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3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로 재판을 받았다.

최원종의 범행으로 차에 치인 김혜빈 씨와 이희남 씨 등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12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1심에서 검찰은 최원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심은 최원종에게 무기징역 및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했다.

법원은 최원종의 심신 미약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감경 사유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검찰과 최원종은 1심 판결에 대해 쌍방 항소했다.

최원종의 항소심 선고는 8월20일 오후 2시 이뤄진다.

최원종은 지난 5월29일 수원고법 형사 2-1부 심리로 열린 살인 등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첫 공판 때 긴장해서 항소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며 "무기징역형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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