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RNC)가 시작되기 전 시내에서 열린 유권자 등록 행사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를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서 유세 도중 괴한에게 총격을 받는 일이 발생하자 미국 내에서 정치적 폭력(political violence)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미국 CNN방송 등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건이 국가 내에서 정치적 분노와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된 끝에 발생,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보수, 자유주의자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적지 않은 빈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미국 사회에서 이번 총격 사건과 같은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난 1865년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시작으로 1881년 제20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 1901년 제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1963년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 4명의 현직 대통령이 저격으로 서거했다.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 역시 지난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당시 25세)가 쏜 총에 가슴을 맞았다. 그는 즉시 조지워싱턴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년간 미국 정치의 특징은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관용의 약화, 소셜 미디어 허위 정보의 만연한 증가였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당파적 분열이 점점 더 심화하면서 물리력을 사용하려는 의지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역사학자 팀 나프탈리는 정치 폭력은 미국에서 이미 “뿌리깊은 사안”(bred in bone)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과격한 폭력을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는 극단주의를 선거를 통해 표현하는 분노와 증오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선임연구원인 레이첼 클라인펠드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는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고 말했다.
클라인펠드는 정치 폭력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행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자제하는 등의 태도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클라인펠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최선의 방법은 선동적인 수사를 사용하고 우리 체제 내의 폭력을 정상화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폭력을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도 중요하다”며 “책임감을 갖고 상대 진영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꿔야 정치적 폭력도 멈추게 된다”며 이라고 덧붙였다.
FT 역시 “이번 총격 사건은 지난 몇 년간 적대와 양극화, 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국가를 더욱 어두운 방향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며 “정치적 평온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미국의 정치계층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