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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펠렛 형태로 성형한 레드머드 촉매(왼쪽)과 산업폐기물 레드머드 원료(오른쪽)를 들어보이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이산화탄소보다 130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 ‘냉매’를 처치 곤란한 산업 폐기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융복합소재연구실 이신근 박사 연구팀은 알루미늄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 ‘붉은 진흙(이하 레드머드)’을 촉매로 만들어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HFC-134a 냉매를 99%의 효율로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레드머드(Red Mud)란 보크사이트라는 광물로부터 산화 알루미늄을 회수하고 남은 산업 부산물로 철, 알루미늄, 규소 등의 산화물을 포함하고 있어 붉은 색을 나타내며 연간 20만 톤 이상 발생한다.
알루미늄 1톤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약 1~1.5톤의 레드머드가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레드머드는 땅이나 호수에 매립해 처리되는데, 높은 알칼리성을 띄는 레드머드는 중금속까지 함유하고 있어 토양, 수질 오염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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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폐기물 레드머드 원재료(왼쪽)와 펠렛 형태로 성형한 레드머드 촉매(오른쪽).[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에어컨, 냉장장치에 사용되는 냉매 HFC-134a는 관련 법에 따라 폐가스 처리업체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주로 연소, 플라즈마 방식을 통해 처리하고 있으나 연소는 과정 중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2차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플라즈마를 이용한 고온 분해는 많은 에너지와 설비비용이 필요하다. 또 반응기가 커질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 등으로 인해 저온에서 안정적이며 오염물질 발생이 적은 냉매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즈마에 비해 낮은 온도에서 처리가 가능한 촉매 분해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연구진은 레드머드에 함유된 철과 알루미늄 등 여러 금속 성분이 상호작용해 강력하고 안정적인 냉매 분해 촉매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드머드는 단위 질량 당 표면적이 넓고 높은 열 안정성을 지닌 다공성 구조 덕분에 반응물질이 효율적으로 흘러 촉매의 물리화학적 변형과 파괴를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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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 이신근(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박사, 남성찬 박사, 백일현 박사, 이은한, 곽인헌 학생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100시간 동안 99% 이상의 높은 분해율을 유지해 우수한 냉매 분해 성능을 나타냈다. 또 간단한 건조와 분쇄 공정을 통해 시간 당 1kg을 생산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도 용이하다. 특히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원료에 투입되는 비용이 없고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과 추가 수익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신근 박사는 “레드머드는 강한 알칼리 물질로 주변 환경에 유입 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를 처리,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마땅치 않았다”며 “개발한 촉매 제조 기술은 폐기물을 재활용해 환경오염을 저감시킬 뿐만 아니라, 강력한 온실가스 효과를 지닌 냉매도 우수한 성능으로 분해할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인더스트리얼 앤 엔지니어링 케미스트리’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