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인종차별도 모자라…“재키 찬이라 불렀을 뿐” 변명한 구단

지난 15일(현지시간) 연습경기에서 이탈리아 클럽 ‘코모’ 소속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의 공격수 황희찬. [AP]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서 공분을 일으킨 이탈리아 클럽 코모 1907 측이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해 실망스럽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코모 1907은 16일(현지시간) 구단 공식 SNS 채널에 미르완 수와르소 구단 명의의 성명으로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에 관용을 허용하지 않고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반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코모 측은 선수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파악했고,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수비수는 동료에게 "그(황희찬)를 무시해. 그는 자기가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울버햄튼 선수들이 황희찬을 '차니'라고 불렀기 때문에 자기 팀 선수도 그를 '재키 찬'이라고 불렀다는 해명이다.

아울러 코모 측은 "우리 선수들은 어떤 것도 의도적으로 폄하해 말지 않았다"며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로 인해 이번 사건이 너무 과장된 게 실망스럽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동양인의 외모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분명 인종차별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2019년 6월 미국 스무디킹 매장에서는 점원이 한국인 고객의 이름을 묻지 않고 고객명에 '재키 찬'이라고 적었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 해고된 바 있다.

코모 1907이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해명.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울버햄튼은 현지시간 15일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코모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코모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B에서 2위를 차지해 이번 시즌 세리에1로 승격한 구단이다.

이날 연습경기에서 후반전 투입된 황희찬은 후반 23분 상대 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고, 이에 격분한 팀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뒤 퇴장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황희찬은 마리오 르미나로부터 주장 완장을 이어받아 경기를 끝까지 마쳤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이 경기를 끝까지 뛰겠다고 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너무 실망스럽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울버햄튼 측은 이번 사안을 유럽축구연맹(UEFA)에 제소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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