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가져와라”-“야당안 먼저”…與野 연금개혁 여전히 ‘평행선’ [이런정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22대 국회 여야의 연금개혁 논의가 사실상 멈춰섰다. ‘모수·구조개혁 동시 추진’을 주장해 온 여당은 절대 다수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에 야당안(案)을, ‘모수개혁 우선 처리’를 주장해 온 민주당은 정부안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1대 국회와 달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연합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에 모수개혁이 무너지고 말았다”며 지난 21대 국회 여야가 극적으로 공감대를 이뤘던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무산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1차로 모수개혁을 먼저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하자는 민주당의 제안도 거절 당했다”며 “17년 만에 찾아온 연금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버린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정부안을 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안을 가져와야 수십 가지 구조개혁안 중 가장 좋은 대안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정부안만 요구하고 야당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입장을 요구했다. 특위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을 기다리는 것 말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지난 21대 말에 제시한 모수개혁안 외에, 구조개혁에 대한 입장은 전혀 없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특위 간사인 안상훈 의원은 “정부안을 보겠다고 하는 얘기는 새로운 정쟁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마저도 정쟁화하려는 정치 전략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향후 개혁안을 논의할 회의체를 놓고서도 이견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정협의체 구성 및 국회 상설연금특위 출범을 원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회 복지위 산하 연금소위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여러 구조개혁안 중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가 제일 시급하다”며 “원래 복지위 소관인 만큼 복지위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통화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 특수직급 연금까지 모두 감안해야 한다”며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여야정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한자리에 모이더라도 난항은 예상된다. 21대 국회 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제안을 수용하며 합의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안을 원점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안은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시민공론화위 설문조사에서 도출된 소득보장 강화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을 기반으로 여야 논의가 진행된 결과인데, 당시 인적구성과 비전문성 대한 지적이 제기되며 대표성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미래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역행하는 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위 관계자는 “그에 상응하는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조개혁 논의에 따라 모수개혁 수치는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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