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대출금리 인위적 상향…은행 마진 0.4%P 이상 늘어난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가계빚 억제를 위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다시 은행 이자수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금융채와 예금 금리는 하락하면서 은행들은 마진 0.4%포인트 이상을 더 챙길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0.332%로 나타났다. 지난 1일 3.490%에서 이달 들어 0.158%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16일에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3.310%에 불과해 그 차이가 0.18%포인트나 났다.

금융채 금리는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기 위한 일종의 조달금리다. 조달비용이 낮아지면 당연히 대출금리도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앞서 3일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3%포인트 상향했다. 이달 들어서만 0.33%포인트를 올렸다. 금융채 금리가 0.15%포인트 이상 떨어졌단 점을 감안하면 0.5%포인트에 육박하는 금리차를 이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에 이어 오는 24일 가계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영업점에 송부했다.

신한은행도 22일부터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해당 대출 상품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 주담대 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 증가율을 2.5%로 관리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 거래가 다시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76조9000억원)은 전월대비 6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조달비용 하락을 반영해 감소하고 있다. 채권 발행으로 비교적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기에 높은 예금금리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사라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현재 3.35~3.40%에 포진해 있다. 한은 기준금리(3.50%) 보다도 낮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3.50~3.60% 달하던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전월취급 평균금리는 3.50~3.52%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도입하면 대출이 어려워지니, 수익보전 차원에서 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신규차주는 금리를 올리면 이자비용을 그대로 더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를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한다면 주담대 기간을 최대한 늘려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운용의 묘도 생각해야 한다”며 “다양한 상품을 구성해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고 선택지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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