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 |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한국과 일본의 트롯 대표 Top7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인MBN '한일가왕전'에 이어, 이들이 명곡 대결로 펼치는 음악 예능쇼인 '한일톱텐쇼'도 인기를 얻고 있다. 모두 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의 기획물이다.
"'현역가왕'까지 3~4년 되니까 선곡의 한계가 왔다. 우리의 좋은 노래를 일본에 소개하고 J팝의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부분을 확대하고 싶었다."
'한일톱텐쇼'는 엄밀하게 승부를 가리는 서바이벌이 아니다. 일종의 교류전이다. 한일간의 대항전도 하지만 한일 멤버가 함께 하는 한일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였다. 김다현과 스미다 아이코는 한일걸그룹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결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본팀 최고참 우타고코로 리에는 일본 국민가수였던 미소라 히바리의 '흐르는 강물처럼'도 부르고, 한국가수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일본어로 소화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한국의 린은 미소라 히바리의 70년대 노래 '인생 외길'을 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돋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리에로부터는 연속 "스고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한국노래와,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일본곡, 그런 곡들을 리바이벌 하면서 생각보다 높은 반응이 나오는 것을 알았다. 일본인이 작곡한 나비의 '슬픈 인연'이 한국과 일본 두 버전이 있고, 컨츄리꼬꼬의 '오 마이 줄리아' 등 일본과 관련된 곡들도 의외로 많았다. '아이 러브 유', '눈의 꽃' 등 한국가수도 부른 일본노래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서혜진 대표는 한일간의 프로그램을 기획 연출하면서 느낀 바가 많은 듯 했다. 그는 우선 "'한일가왕전'은 경연보다는 버라이어티에 방점을 찍으려고 했다. 초반에는 한국인이 일본인을 이겨야지 하는 1차원적으로 접근했지만, 조금 더 큰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마이진이 태권소녀 컨셉트로 세게 나가니까 MC 신동엽이 이를 끊었다. 그렇게 하면 촌스러워진다고.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유치해진다. 그렇게 색깔을 잡았다. 너도 존중하고, 나도 존중받는다, 그래서 화합한다는 컨셉트를 잡았다. '너희들도 좋은 노래가 있었구나, 우리도 이런 노래가 있어'라며 서로 확신하며, 배워나갔다. 처음에 생각이 일천했던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됐다."
서혜진 대표가 두번째로 느낀 소감은 일본 대표 가수들도 함께 유명해졌다는 점이다. 한국 대표 선발전은 케이블 채널 NBN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 걸스 재팬'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대표들이 한국 트롯 가수들과 경연을 펼치면서 산케이, 마이니치 등 일본 일간지에서 크게 다루기 시작했다. 스미다 아이코, 리에 노래를 듣고 한국인들이 난리가 났다고 보도했다. K-팝의 인기에 일본도 자존심이 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혜진 대표의 3번째 소감은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일본과의 콜라보를 추진해야겠다는 점이다. "일본 음악은 넓고 깊다. 좀 더 길게 보아야 한다. 이제 앞으로는 '남자 한일가왕전'을 해야 한일가왕전을 완성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남자한일가왕전을 해 일본 대중이 알게 되면 더 큰 반응이 나올지도 모른다."
서혜진 대표는 양국 음악을 단순히 트로트와 엔카, 쇼와 가요의 대결이 아니라 좀 더 넓게 해석했다. 팝댄스는 물론이고 발라드, 이지리스닝 계열의 노래 또한 대거 선보였다.
"다현이 부른 '쓰루가 해협의 겨울 풍경'은 대단한 반응이 나왔다. 일본 가수도 자국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점에 고무된 서혜진 대표는 '한일가왕전' 어웨이 게임을 오는 9월 같은 포맷 그대로 일본에서 콘서트를 여는 기획을 했다. 관객을 많이 만나봐야 누구의, 어떤 노래가 먹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일본은 반응이 우리보다 늦어 많은 실험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
서혜진 대표는 이번 '한일톱텐쇼'에 나온 가수들의 성장과 발굴을 뿌듯해하기도 했다. 인성도 좋았다고 했다. 일본의 막내 아이코는 노윤 작가가 발굴했다. 자신이 춤을 잘 추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아이코는 보아의 '발렌티'를 불러본 적이 없었지만, 노윤 작가가 "해보라"고 해서 연습을 하게 됐다. 집중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아 능숙하게 소화했다. 또한 아이코가 부른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 등은 유튜브에서 크게 히트했다.
"린 효과도 엄청났다. 네임드 가수가 아주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다시 보게 했다. 린 덕분에 한일가왕전이 업그레이드됐다는 말도 나왔다. 린이 미야코 하루미의 1970년대 히트곡 '북녘의 숙소'를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 발음과 감성적인 호소력으로 멋진 무대를 만들어냈다."
"김다현은 아직 어린데, 이 압박을 감당하는 게 더 어른스럽다. 어리지만 리스펙트한다. 임영웅때도 기억이 나는데, 저렇게 팬덤이 확장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리에는 50세의 나이로 어떻게 참가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살에 데뷔해 CM송으로 반짝 인기를 누리다 긴 무명의 시간을 보냈지만, 노래에 진심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노래의 진심은 통하고, 그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대중은 진짜에 반응한다."
이국용 PD(왼쪽)와 서혜진 대표. |
서혜진 대표는 크레아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최연소 글로벌 5세대 보컬 신동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인 '언더피프틴' 론칭 계획도 밝혔다. 만 15세 이하의 전세계 유소녀들이 지원하는 '언더피프틴'은 이미 태국 등에서 영재들을 많이 확보한 상태다. 보컬 실력을 갖춰 K-팝의 다양성에 기여하자는 취지도 담고있다.
'언더피프틴'의 이국용 PD는 "10~30초 숏폼 콘텐츠에 어린이들이 많다. 좀 더 확실한 완전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숙제를 가지게 됐다. 흉내내는 건 잘하니까 이제는 깊이있고 완성도 있는 애들을 발굴해야겠다. 정말 중요한 노래실력을 갖춘 여자아이들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서혜진 대표는 올해 '언더피프틴'과 '현역가왕' 남자 버전 두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론칭시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