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봄베이증권거래소(BSE) 모습 [로이터] |
인도 정부가 주식시장의 투기적 광풍을 억제하기 위해 16년 만에 주식 투자 관련 세금을 인상한다.
23일(현지시간) 인도 의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12개월 미만 보유 주식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2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첫 인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1년 이상 보유 주식에 대한 자본이득세 기존 10%에서 12.5%로 올린다.
또 주식 옵션에 대한 증권거래세는 0.1%, 선물 거래세는 0.02%로 인상하며 10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인도는 올해 주식 투자 붐이 일면서 증시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5조달러(약 6924조원)를 돌파하고, 주식 파생상품 거래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에 투기적 광풍이 가계 저축을 생산적인 용도로 유도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올해 1월 주식 파생상품 거래량은 6조달러(약 8309조원)에 달해 인도의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인도 재무부는 전날 발표한 경제 조사에서 투기 급증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세금 인상에 대해 아룬 촐라니 퍼스트워터캐피털 공동설립자는 “주식 투자자로서 장기 및 단기 자본이득세가 모두 증가한 것에 대해 기뻐할 순 없다”면서 “현재 인도 황금기 10년의 후광 효과에도 우리는 여전히 다른 신흥 시장과 외국 자본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주식시장은 세금 인상에도 크게 충격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봄베이증권거래소(BSE)의 센섹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91% 하락한 80429.04,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의 니프티 50 지수는 0.12% 내린 24479.05로 장을 마감했다.
인도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과 풍부한 현지 자금, 강력한 기업 이익 성장에 힘입어 9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예산안에서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재정의 보수적 운영에 대한 약속을 유지하면서 증시 강세론자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비카스 케마니 카르넬리안자산운용·자문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세제 변화가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여전히 인도에 투자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데에는 예산안 발표에 앞서 정부가 개인의 주식 투자 광풍을 억제하기 위해 수차례 경고하면서 주식 파생상품 거래 모멘텀이 이미 지난 몇 주 동안 완화한 측면도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2일 파생상품 거래량은 2월 최고치 대비 40% 이상 감소한 3조3000억달러(약 4570조원)를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은 파생상품 부문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가 설치한 자문단의 권고를 기다리고 있다.
SEBI는 소액 투자자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비과세 대상 자본이득세의 면제 한도를 기존 10만루피(약 166만원)에서 12만5000루피(약 207만원)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 데저브의 바이바브 포르왈 공동설립자는 “세금 인상은 확실히 빈번하게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단기 자본이득세율 격차 확대는 장기 보유에 대한 분명한 유인”이라고 평가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