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대재해 감축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는 정부 오픈채팅방 ‘중대재해 사이렌’이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는 무료 오픈채팅방 가입 최대 인원을 1500명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유료로 전환해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사이렌을 48개 각 지방관서 별로 분리 운영키로 했지만, 이조차 현재 82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82개 채팅방 관리는 가뜩이나 바쁜 감독관들의 몫이다.
26일 고용부에 따르면 산업안전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중대재해 사이렌’ 오픈채팅방은 현재 총 82개에 달한다. 중대재해 사이렌은 중대재해 발생 시 기본적인 사고 개요를 각 이해관계자에게 전파, ‘경각심’을 키워 중대재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2월 첫 도입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말한다. 고용부 48개 지방관서당 1개씩 운영하던 것이 1년 5개월여 만에 2배 가량 급증했다. 지방관서는 48개인데 사이렌 채팅방 갯수가 82개까지 늘어난 것은 비용 부담 때문이다.
카카오는 무료 오픈채팅방이 1500명까지 차면 추가 가입을 막고, 비용을 내게 한다. 유료채팅방은 알림 1회마다 1명당 15원씩 비용을 청구한다. 도입 당시 사이렌을 중앙에서 운영하는 하나의 채널로 하려 했던 고용부가 48개 지방관서별 사이렌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첫 개설 당시 카카오 측에 ESG경영 차원에서 사이렌 무료화를 제안했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고용부는 1500명을 넘어설 때마다 추가 무료채팅방을 개설하고 있다.
82개까지 늘어난 사이렌 채팅방에 대한 관리는 ‘행정 인력’으로 메우고 있다. 현재 각 관서마다 사이렌 담당자가 있고, 이들이 평균 2개씩 이상의 채팅방을 관리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유료 채팅방이 ‘일방향’ 소통인 것과 달리 무료 오픈채팅방은 ‘양방향’으로 소통되는 채널이다 보니 가끔 이상한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난 총선 때엔 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는 글이 자주 올라와서 해당 직원들이 밤낮없이 이를 삭제해야 상황이 발생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중대재해 사이렌 화면 캡처 |
다수의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사이렌’의 공익성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해 처음 중대재해 사망자 비율을 1만명당 0.4명 아래로 낮추는 데에는 사이렌 안내를 통한 경각심 고취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높다. 미국 듀크대의 매튜 존슨 교수는 경제학계의 탑 저널로 인정받는 ‘아메리칸 이코노미 리뷰(American economy review)’ 등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안전 및 보건 규정 위반 시설에 대한 공지만으로 210번의 근로감독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고용부는 내년 예산안에도 ‘중대재해 사이렌’ 유료 전환 비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82개 채팅방을 기준으로 가입자는 약 6만4000명으로 한 번 알림을 할 때마다 건당 96만원이 발생한다”며 “다만 중대재해가 1년에 몇 건 발생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질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때에도 알림을 하고 있어 사이렌 이용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사고 사망자는 812명으로 2022년(874명) 대비 62명 감소했다. 임금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고 사망 만인율’도 0.39퍼밀리아드()로 전년보다 0.04포인트 줄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0.3명대 진입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지난달 아리셀 화재참사 등 대형 중대재해 발생으로 전년 대비 감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당시 정부는 2026년까지 우리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