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애플이 아이폰 등에 탑재할 예정인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을 구글이 설계한 AI 칩을 이용해 학습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애플은 이날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 파운데이션 언어 모델(Apple Intelligence Foundation Language Models·AFM)’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지난달 발표한 AI 시스템이며 AFM은 이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애플의 AI 모델이다.
애플은 47쪽 분량의 논문에서 구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 되는 AFM 온디바이스(on-device·기기 자체에서 구동)와 AFM 서버 모델을 “클라우드 TPU 클러스터”에서 학습시켰다고 전했다. TPU(Tensor Processing Unit·텐서 프로세싱 유닛)는 구글이 AI 구동을 위해 자체 설계한 ‘커스텀 칩(custom chip·기계 학습과 추론을 위해 특화된 칩)’이다.
애플은 “이 시스템을 통해 AFM 온디바이스와 AFM 서버, 그리고 더 큰 모델들을 효율적이고 확장할 수 있게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자사의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칩이 장착된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한 셈이다.
애플은 온디바이스 AI 모델 학습에는 올해 1월 선보인 TPUv5p 칩 2048개를, 서버 모델에는 지난해 공개된 TPU 4세대 버전인 TPUv4 8192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 CNBC는 애플이 자체 AI 모델 훈련에 구글 AI 칩을 사용한 것에 대해 “엔비디아의 대안을 찾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 사이에선 가격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열풍과 함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개당 가격이 3만∼4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고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앤스로픽 등은 모두 AI 모델 훈련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오픈AI는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사내 전담 팀을 만들고,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정보기술(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지난 18일 보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로부터 ‘AI 칩 독립’을 도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용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갖고 빅테크 기업들의 ‘탈(脫)엔비디아’ 시도가 완벽하기 이뤄지기까진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용 GPU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사실상 AI 칩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한편 애플은 앞서 지난 6월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의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접목한다고 발표했다. 또 제미나이 모델도 탑재하기 위해 구글도 파트너십 대상 중 한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이날 자사 기기에 탑재될 애플 인텔리전스의 미리보기 버전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오는 9월 예정된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6’과 함께 출시될 새 운영체제 ‘iOS18’에는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탑재하지 못하고 한 달 뒤인 10월께 선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