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 항의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대기업들은 담보라도 잡혔지. 우리는 이제 어쩌죠….”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영세업체들이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해 줄도산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대기업 일부는 계약 시 ‘담보’ 설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력이 취약한 소규모 업체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에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주요 대기업이 입점해 있다. 이들 역시 1000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대기업은 티몬·위메프 채권 등에 질권을 설정해 돈을 떼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질권은 채무자가 돈을 갚을 때까지 채권자가 담보물을 가질 수 있고,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때는 그것으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6000만원 규모의 정산을 받지 못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커머스와 거래할 때 산업금융채권 등에 질권설정을 한다”며 “다만 모든 대기업이 담보를 설정한 것은 아니라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거래 초반에는 담보를 설정했지만, 티몬·위메프 요구로 질권 설정을 해지했다”며 “지금은 일반 영세상인과 똑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1000만원을 손실을 각오하고 있다. 유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기업 역시 8000만원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역시 담보를 설정하지 않아 피해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은 회생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원이 회생개시 결정을 내리거나 티몬·위메프가 파산을 선언하는 경우 모두 담보가 없는 판매자는 판매대금을 정산받기 어렵다. 회계상 손실 처리를 하는 대기업과 다르다. 영세업자들은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큐텐 구영배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이 국회 정무위 현안질의에 출석한 지난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피해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
회생 결정이 나오더라도 영세업체는 담보권자에 변제 우선순위가 밀린다. 일각에서는 회생 이후 내년에야 판매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원이 회생개시 결정을 내릴지도 미지수다. 회생개시 결정은 기업 ‘계속기업가치’가 ‘기업청산가치’보다 클 때 내려진다. 회사가 파산하는 것보다 향후 운영을 통해 부채를 갚는 것이 낫다고 법원이 판단했을 때다.
티몬·위메프는 부채가 자산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다. 전날 국회에 출석한 구 대표는 “800억원 정도가 동원 가능하지만 중국에 묶여있어 바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자금부터 큐텐 지분까지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도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회생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법원 주관하에 M&A를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작다.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위메프를 사겠다고 나설 기업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성모 법률사무소 마스터 대표변호사는 “회생 전 인수합병(M&A)은 통상적으로 회생 신청 전 인수하려는 회사와 가격까지 나와야 된다”며 “현재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실사 등을 거친 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기업가치가 높게 나왔을 경우 계속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티몬과 위메프가 M&A를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