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약 3개월간 사귄 전 애인이 이별을 통보하자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예고 방송을 하는 등 협박하고 명예를 훼손한 인터넷 방송인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인는 1심 선고가 나온 뒤 자살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31일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와 피해자 B씨는 모두 인터넷 방송인으로 2020년 초 약 3개월 간 교제했다.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 오픈카톡방 등에 B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는 예고 방송을 한 혐의(강요미수)를 받는다. B씨가 방송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나 A씨는 재회를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자 B씨가 자신에게 데이트 폭행을 가했다며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명예훼손을 했다. 20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했으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에게 건강상태, 공금 유용 등을 언급하며 폭로방송을 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고치했으며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에 이른다”고 했다. 다만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1심 선고 이후 사망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1심 선고 이후 직장 상사에게 ‘고통에 비해 처벌이 낮아 상처가 크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결국 같은달 약물을 과다복용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2023년 9월 사망했다.
2심 재판부는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20차례 메시지를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사적인 일을 자극적은 방송 소재로 삼았다. 피해자는 괴로워하다 소중한 생명을 버리기에 이르렀다”며 “헤어진 뒤 상대방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커 1심 양형은 가볍다”고 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은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것이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만으로 양형 조건이 원심과 본질적으로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형을 가중하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유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것은 폭로 방송 예고인데 (특정일자) 폭로 방송은 약식명령이 확정됐고, 나머지는 별도 범죄로 기소되지 않은 이상 강요미수 범행의 정황”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