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판매자들 절규 “정산기일 코앞…전국민 25만원 지원할 돈 있으면”

티몬, 위메프 미정산 피해 판매자들이 1일 강남경찰서에서 고소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 A씨는 대기업 밴더사를 운영하는 대표다. 제조업체 상품의 도매 권한을 부여 받아 티몬과 위메프에 상품을 공곱한 후 일정 수수료로 수익을 내왔다. A씨 업체는 티몬과 위매프를 대상으로 한 매출 비중이 전체 80%에 달한다. 이번 사태로 A씨가 정산 받지 못한 금액은 11억500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A씨는 직원 2명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이번 달에는 추가로 직원 2명과 ‘퇴사 약속’을 했다. A씨는 이달부터 자신의 급여를 지급 받지 않기로 했다. 생존을 위해 마지막 몸부림 중이다.

A씨는 “올해를 넘어가기 전에 회사가 존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직원들은 대표를 믿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오늘 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에서 경기가 어려우니 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25만원을 나눠주겠다는데 그거는 휘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정확하지는 않지만 1조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안다. 전국민한테 25만원씩 나눠주면 전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여야가 협의해서 피해자 상공인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티몬·위메프 사태 소상공인 피해 대책 간담회’가 열렸다. 티메프 판매자들이 국회에 모여 처음으로 자신들의 피해 상황 등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자리다. 간담회에서는 A씨뿐만 아니라 지역 판매업체 대표, 해외법인 한국 지사 임직원 등이 참석해 신속한 정부 지원을 공통적으로 주장했다. 협력사 정산기일이 도래하면서 도산 직전 상황에 내몰린 절박한 외침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판매자는 “당장 8월 6일이면 정산날짜가 도래한다”며 “정부에서 5600억 긴급자금을 준다는 말만 하지 말고 언제 줄 지를 빨리 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판매자는 “도산을 고민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결제일이 도래해도 막을 길이 없고 정부가 준다는 5600억원 긴급경영안정자금만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한 ‘정보 부족’을 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북 익산 소재의 판매업체 대표는 “정부 어떤 부처에서도 제대로 된 안내가 없고, 지방이라 정보력이 부족해 SNS 등을 통해 구제 대책을 접하고 있다"며"정부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피해 판매자를 대상으로 피해 조사와 지원을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긴급경영안전자금 지원 정책이 판매자에 대한 대출 방식으로 지원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는 지적의 연장선상이다. 정부 지원금이 대출로 집행될 경우 판매자들은 미정산 원금에 더불어 3%가 넘는 이자까지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택배비만 1억2000만원이 밀려 있다고 밝힌 한 판매자 “대출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정부가 구영배 큐텐 대표의 개인재산을 몰수시키고 그 돈을 소상공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잠식된 회사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잘못한 것은 정부”라며 “중소상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큐텐, 티몬, 위메프에게 돈을 받아라”고 강조했다.

도산을 고려 중이라는 다른 업체 대표는 “우리의 선택지는 ‘도산할 것이냐, 빚쟁이가 될 것이냐’ 두 가지”라며 “막무가내로 돈을 달라고 떼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돈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달라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의원은 “티몬·위메프는 물론이고 이러한 사태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피해가 판매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매자들이 어떻게든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열고 있다. [연합]

한편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법적인 ‘규제 틈새’가 지적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2018년까지는 직매입과 중개 판매를 동시에 하는 소셜커머스를 영위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 받았다.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중개 판매만 하는 오픈마켓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대신 규제 강도가 약한 전자상거래법을 적용 받게 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정산일을 60일 이내로 정한 데 비해 전자상거래법은 정산일 규정이 없다. 사실상 동일한 판매 행위를 하는 기업이지만 판매 형태에 따라 정산일 규정이 다른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 주기를 두 달 넘게 미루고 정산대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라는 지적이 붙는다. 이번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법체계 정비’가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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