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 [AP]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기에 처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극우 세력에 기대 분쟁을 더 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요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에 빗대며 비판을 쏟아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국들이 가자지구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항하며 지역 전쟁을 무릅쓰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달 24일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하마스를 소멸시키고 모든 인질을 송환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타협 불가' 의지를 다시한번 천명했다.
그 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의 최측근인 파우드 슈쿠르를 사살하는 행보를 보였다. 안보 당국자들이 베이루트 공습을 헤즈볼라의 '레드라인'(위반 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금지선)로 추측할 만큼 민감한 선택지로 간주했음에도 내린 결정이다.
이스라엘은 이튿날에는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 영토에서 외국이 초대한 귀반을 암살하는 행위는 어떤 방식으로도 무마할 수 없는 중대 도발에 해당한다.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를 정면으로 묵살하고 중동 전체를 전면전 위기로 몰아넣는 행동을 잇달아 감행한 셈이다.
NYT는 이번 사태로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스라엘을 전쟁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여론을 전했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협상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국내 극우 세력에 기대어 결성한 연립정권을 유지하려는 듯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0월 하마스 기습을 막지 못한 안보실패 책임, 개인적 부정부패 혐의 때문에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연정 유지를 위해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과 휴전에 결사반대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연정 내 극우 인사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반엘리트주의 물결에 올라타고 있다"며 "자신만이 미국과 유엔에 맞서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행보는 이스라엘 국내 여론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스라엘인의 상당수는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이 물러나길 원하지만, 동시에 하마스를 패퇴시켜 지난해 10월 7일 급습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보다 안보를 우선시할 수 있다는 인식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여론 분석 전문가 달리아 셰인들린은 "이스라엘인들은 법이 선택적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졌다"며 "정착민들, 초정통파, 보안군 등은 법 위에 있고, 팔레스타인인이나 아랍인들은 법 밖으로 밀려나 있다"고 봤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분석가인 버나드 아비샤도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외교에 대한 신뢰가 없고, 용서 못 할 잔인한 적 앞에서 항상 군을 지지해야 한다고 여긴다"며 "그러므로 적에게 행하는 모든 일은 (이들에게는) 정당화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