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그래도 가자지구 전쟁 대응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상황에서 하니예의 암살이 양국의 견고한 동맹 관계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하니예 암살 이튿날인 1일 통화에서 열띤 논쟁을 벌였다.
NYT는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통화에서 하니예 암살이 휴전 합의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예 사망으로 며칠 동안 휴전 협상이 중단되겠지만, 결국 하마스에 압박으로 작용해 휴전 협상 타결을 앞당길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휴전의 장애물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하니예 살해가 휴전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 협상의 최종 단계에 이른 지금, 하니예 암살은 시기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암살 장소 역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점도 더 넓은 지역에서의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우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가자사태 휴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연합] |
특히 휴전을 둘러싸고 두 사람은 명확한 입장차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주도로 마련된 중재안을 기반으로 빠른 시간 내 휴전을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네탸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철수 등의 조건을 담아 중재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난 달 25일 바이든 대통령과 방미 중이던 네타냐후 총리은 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로도 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견을 좁히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미 당국자는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 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의 최측근인 파우드 슈쿠르를 죽이고, 그 다음 날 테헤란에서 하니예를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이 두 작전을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는 (암살 작전을) 미리 알려 계획을 절충하거나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균열은 가자지구 전쟁이 10개월 가까이 진행되면서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