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우주선(NJ-083)을 탄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우주선(NJ-083)을 타기 전에 티켓을 구매하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나주)=김지헌 기자]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곳에서 진짜 우주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에요.”
“신비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3일 오전 전라남도 나주시에 위치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이하 중흥 리조트)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입구. 생경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회색빛 거대 외벽 앞에 250여명의 사람들이 밀물처럼 모여들었다. 전라권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알려진 중흥 리조트에 새롭게 설치된 최신 미디어 아트 공간인 ‘우주드림(UZU DREAM)’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인파다.
2023년 9월 기획 이후 11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날 행사에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정원주 ㈜헤럴드·대우건설 회장, 전병호 ㈜헤럴드·남도일보 부회장, 윤병태 나주시장, 신정훈·정진욱·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이번에 개관하는 혁신적인 미디어아트 전시인 우주드림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 문화관광지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의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우주드림은 영어의 ‘Would you dream?’과 발음이 비슷하다. ‘같이 꿈을 꾸실까요?’ 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동시에 한국어로는 ‘우주와 같은 꿈을 관람객에게 드림’이라는 함의까지 담았다. 2개층(총 1000평)에 체험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전체 전시를 기획·제작한 빔인터랙티브는 사용자경험(UX)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마음의 동선’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1시간 10분 가량의 장대한 미디어 아트 체험 공간…“넷플릭스 영화보다 낫다” = 우주드림은 10~20분 영상을 눈으로만 보고 끝내는 단순 전시가 아니다. 1시간 10분 가량 관람객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때로는 외계인과 소통하고, 외계 행성의 물을 발로 직접 누벼보는 다층적 체험 공간이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엘리시온'을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엘리시온'의 바다 깊숙히 서식하는 초거대 해파리(루미네 젤리피시)가 설치돼 있다.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엘리시온'의 바다 깊숙히 서식하는 초거대 해파리(루미네 젤리피시)가 설치돼 있다. 나주=박해묵 기자 |
우주 소재 4D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전시 공간에 오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왔다.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모 씨는 “기대보다 훨씬 프로그램이 길고, 스토리가 있어서 재미있게 관람했다”며 “넷플릭스를 통한 짧은 단편 영화 관람보다 이곳에서 한 이색적인 경험이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시관 초입에 들어서면, ‘UZU’라고 적힌 원형 조형물 설치부터 관람객들의 몰입도를 확 끌어올린다. 추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이미지를 담은 세로형 대형 LED 전광판을 바라보며, 30m 가량 길게 이어진 회랑을 홀린 듯 걷다보면 우주 비행 정거장인 듯 착각을 일으키는 안내 데스크를 마주하게 된다. 지금 막 우주 비행을 마친 이들을 위해 놓여진 은색 캐리어 옆에서 직원의 우주 여행 안내 설명을 듣고 티켓박스에서 표를 구매하면, 탑승을 위한 개찰구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에 대비하기 위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탑승객들은 ‘NJ-083’으로 불리는우주선을 타게 된다. 한번에 14명 내외가 탑승 가능한 우주선을 탄 관람객들은 5개 행성을 거쳐야 비로소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
우주선 탑승 후 약 1분 30초간 이동을 마치면 첫번째 방문 행성인 ‘엘리시온’에 들어서게 된다. 관람객들은 엘리시온에서 빛으로 만들어진 초현실적 풍경의 해변을 거닌 뒤, 바다 깊숙이 서식하는 초거대 해파리(루미네 젤리피시)들과 소통하는 이색 체험을 하게 된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코스모아이’에서 미래 인공지능(AI)의 모습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코스모아이’에서 미래 인공지능(AI)의 모습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다음 행성인 ‘크로노테라’에 들어서면 고대부터 미래까지 지구 문명 건축물을 한 자리에 모은 신전을 만날 수 있다. 문명을 꽃피운 강의 물줄기를 중심으로 고인돌부터 최첨단 고층 건물에 이르는 행렬 앞에 일출과 일몰을 상징하는 듯한 태양의 이동을 보게 된다. 관람객 일부는 경건하고 신비로운 감정까지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명의 탄생, 발전, 쇠퇴를 연상시키는 공간이라는 평가다.
다음 행성인 ‘코스모아이’는 미래 인공지능(AI)이 결집하면서 구축된 거대한 인공행성이다. 코스모아이의 AI는 눈꺼풀 형상의 이미지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측에 구축된 대형 거울을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AI 눈꺼풀의 감시 세계에 들어선 이들은 어느 순간 작은 발걸음조차 떼기 어려운 긴장감을 맛보게 된다는 후문이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의 행성인 ‘크로노테라’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의 행성인 '아쿠아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다음 행성인 ‘아쿠아타’에서는 물을 매개로 수중 외계 생명체들을 불러들이고, 이들과 교감하는 장이 마련된다. 직접 관람객들은 신발을 벗고 물 속을 거닐게 된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물 속의 생명체들이 감응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다채롭다는 평가다.
마지막 외계 행성인 ‘플로라 스피어’는 새하얀 사막 속 정원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관람객들은 이 행성에서 제공되는 우산을 쓰게 되는데, 이 우산 밑바닥에 만들어지는 자체 그림자가 다양한 색깔의 잎으로 형상화된다.
다섯 행성을 돌고나면, 어느새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여정의 종착지인 지구(카페 디얼스)에서는 커피나 다과를 먹을 수 있고, 전시를 기념할 수 있는 MD 상품을 구매하거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하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플로라 스피어’라는 새하얀 사막 속 정원에 선 관람객의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모습. 행성 ‘플로라 스피어’라는 새하얀 사막 속 정원에 선 관람객들의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 미디어 아트로서 진보된 ‘테크’ 부각…세계 최초로 특수 소재 거대 거울 사용 = 우주드림 전시 자체도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고 있지만, 전시 뒷얘기도 흥미롭다. 기존의 미디어 아트에서 선보이던 스케일 큰 영상 시청을 벗어나, 가상 세계가 현실 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연출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조홍래 빔인터랙티브 대표(미디어 아티스트 ‘폴씨’)가 우주 여행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간에 체험형 오브제를 만들고 조형적 요소를 더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기술·소재를 사용하며 미디어 아트의 표현 범위를 놀라울 정도로 확장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이점은 ‘테크(기술)’ 기반 체험이 기존보다 고도화됐다는 것이다. 첫 번째 체험 행성인 ‘엘리시온’에서 관람객들은 기계로 구현된 해파리를 만나게 된다. 해파리를 움직이게 하는 중심부 화면을 보면, 이 공간을 찾은 관람객의 얼굴이 디지털 이미지로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해파리에게 말을 걸면, 이 말이 외계어로 전환되는 새로운 체험 역시 가능하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에서 관람객이 전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에서 관람객이 전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두번째 행성인 ‘크로노테라’에서 구현되는 일출·일몰의 태양 뒤에는 이 태양을 구동시키는 거대 로봇팔이 숨겨져 있다. 관람객이 행성을 오가며 만나는 블랙홀 체험 현장, 뮤직비디오에서 볼 법한 빛 반사 거울 체험 공간, 빛으로 된 펜을 이용한 방명록 작성 공간 등이 모두 고도화된 미디어 아트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세번째 행성인 ‘코스모아이’에서는 세계 최초로 FX미러가 사용됐다. 빔인터랙티브의 조 대표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다. 기존에는 대형 거울을 만들 때 여러 거울을 이어 붙여야 했다. 기존 대형 거울 사이를 잘 살펴보면 갈라진 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 사용된 FX미러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거울이다. 균열없는 거울에 비친 거대한 상이 전시 공간 양 옆에 맺히면서, 관람객들이 AI 눈의 움직임을 더 깊게 체험할 수 있게 됐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빛으로 방명록을 쓰는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나주=박해묵 기자 |
마지막 외계 행성인 ‘플로라 스피어’에서 다양한 꽃무늬 그림자 이미지를 구현하는 우산은 편광필름을 통해 제작됐다. 편광필름은 빛 가운데 일정한 방향의 빛만을 통과시키는 특성이 있다. 편광필름을 통한 다채로운 이미지 발산이 연신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주드림 전시관의 맨 처음 입구에도 원형 통 안에 ‘UZU’라고 적힌 움직이는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 역시 내부를 잘 보면, 편광필름을 활용해 특정 디지털 이미지만을 뽑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안 조 대표는 우주드림 전시를 위해 대부분의 행성 음악을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그는 “음악은 파동인데 인간의 몸이 70~80%가 물로 돼 있다고 한다”며 “사람의 몸이 가장 빨리 반응하는 게 음악이라, 공간에 부합하는 음악을 만들며 기존에 없던 미디어 아트 체험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에 새롭게 연 전시관이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새로운 우주 체험 문화 메카로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