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지난달 말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을 평양으로 데려가 피해복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등 취약 이재민을 평양으로 데려가 돌보며 보육과 교육에 빈틈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수해지원 의사를 거부하고 자력으로 복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재해 복구를 위한 중대 조치를 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어린이들과 학생들에 대한 보육과 교양, 교육 문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제1의 국사”라며 “국가가 재해복구기간 이 사업을 전적으로 맡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압록강 유역의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망가진 주택을 새로 짓고 인프라를 보수하는 데 적어도 2∼3달은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연로한 어르신, 병약자, 영예 군인과 어린아이가 있는 어머니도 평양에서 지낼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학령 전 어린이 2198명, 학생 4384명, 연로한 노인 4524명, 병약자와 영예 군인 265명, 어린아이 어머니 4096명 등 평양에 데려오려는 수재민은 총 1만5400여명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통계도 제시했다.
이들은 평양에 있는 4·25여관과 열병훈련기지에서 지낼 예정으로 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관련 사업을 지휘하며 “평양에 올라오는 수재민들의 건강과 생활을 친부모, 친자식 못지않게 최대의 정성을 기울여 돌보아 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이 소개했다.
수해 지역에 남을 이재민들을 위해서는 식량뿐만 아니라 침구류, 위생용품, 가위와 바늘·실과 같은 세세한 생활필수품까지 지원해야 하며 생활용수 위생보장 등 보건과 방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수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외부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금 여러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에서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을 전해오고 있다”며 사의를 표한 뒤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서 유니세프, 러시아, 중국은 물론 한국 정부가 지난 1일 대한적십자를 통해 구호물자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은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남측 언론이 수해 피해 보도를 날조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이번 재해 복구 사업을 “심각한 대적 투쟁”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자신이 방문한 수해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밝힌 뒤 “적들은 우리가 피해를 입은 기회를 악용하여 우리 국가의 영상에 흙탕물을 칠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수해 지역에서 인명 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 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며 “저들 사회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들에 대해 정부의 늦장 대응이라는 말이 나돌고 그러한 현상이 일상인 나라이다 보니 우리를 폄훼하는 궤변들을 한번 엮어 자기 국민을 얼리고 세상 여론을 흔들어보자는 심산”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다. 적이 어떤 적인가를 직접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대적관을 바로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방문한 것은 7월 28∼30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용 열차를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이재민에게 나눠줄 지원물자를 함께 싣고 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열차 앞에 쌀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포대 수천개 줄지어 있었고, 어린아이를 위한 옷이 담긴 쇼핑백과 과자 등이 담긴 상자도 그 옆에 쌓여있었다.
김 위원장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재민 임시 거처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옷과 과자를 나눠주면서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으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했다.
더운 날씨 탓에 상의 단추를 풀어 헤친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땀이 맺혀있었고, 천막과 천막 사이에서 이재민들과 대화할 때는 맨바닥에 앉는 소탈한 모습도 연출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수해 현장 방문에는 조용원, 박정천, 김재룡, 주창일, 한광상 등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고 리히용 평안북도당위원회 책임비서 등이 현지에서 영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