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부적정 대출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꼼꼼히 되돌아보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부당대출 사태를 계기로 차주 심사부터 모니터링, 사후관리까지 기업여신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진 은행권 부정대출을 통렬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 기업여신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차주가 20개 회사로 쪼개져있지만 이들 회사와 관련이 있는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실질적 차주인 경우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2024년 1월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됐던 법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총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했으며, 이 중 350억원(28건)이 특혜성 대출로 파악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손 전 회장 처남과 관련된 회사들에 대해 특혜성 대출이 4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단기간에 다수·거액의 관계사 여신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본점 차원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관계사 여신감리 시스템이 작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동일차주에 대한 대출이었던 만큼, 지점 전결이 아니라 본점 차원의 승인을 거쳤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은행법은 동일한 개인·법인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은행 자기자본의 25%로 제한하는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대출규모가 막대한 대기업에 적용되지만, 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동일차주 여부를 고려해 여신을 심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여신감리의 적정성을 점검할 때도 은행이 여신심사 과정에서 차주가 누구인지, 담보 소유자·보증인은 누구인지 등을 확인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동일차주에 의한 여신은 신용리스크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은행이 동일차주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달 9일 현재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잔액 303억원 중 198억원이 단기연체 또는 부실에 빠져있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주가 비슷한 기업여신이 여러건 들어왔다면 동일한 신용을 공유하는 동일차주로 묶어 본점의 승인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차주가 여러 법인으로 나눠져 있더라도, 한 곳에서 부실이 나면 다른 곳도 부실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리스크를 공유하는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와 여신감리를 강화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업점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본점에서 예고 없이 불시에 현장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은행 정기검사시 영업점도 검사하는 등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