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왼쪽)이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였던 하야타 히나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신유빈을 꺾은 일본의 하야타 히나가 귀국 후 카미카제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선수는 하야타의 발언에 SNS 팔로우를 끊으며 '손절'했다.
14일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야타는 귀국 후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가고시마 특공 자료관에 가서 살아 있다는 것과 탁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취지였지만, 가고시마 특공자료관을 언급한 점이 문제였다.
그곳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자폭 특공대인 '카미카제' 관련 자료를 전시한 박물관이다. 가고시마현은 태평양 전쟁 시기 카미카제의 비행기지가 있었던 공격거점이었다. 이에 박물관 외에도 '지란특공평화회관', 만세특공평화기도관', '가노야항공기지사료관' 등 가미카제 관련 시설이 있다. 시설에는 가미카제 공격에 나선 전투기 모형, 가미카제에 동원된 조종사들이 유서 등을 쓰고 출격하던 막사 등을 복원해 전시해놓고 있다. 가고시마현은 지난 2014년 가미카제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본 가고시마현 ‘지란특공평화회관’에 전시된 가미카제 전투기 모형[위키피디아] |
하야타의 발언은 즉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을 이틀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파장은 더 컸다.
하야타는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 제국주의로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 등의 선수들과 주로 겨뤘으며,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와 우정은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한 신유빈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하야타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준 것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었고,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하야타는 귀국 즉시 그러한 기대를 배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하야타의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의 여자 탁구스타 쑨잉사를 비롯해 파리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판젠동 등은 하야타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우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