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불로초’ 미용의료장비에 PEF가 몰린 이유

경우선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수조원의 펀드를 결성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올해 주목하는 M&A 시장 트렌드에 대해 PEF 컨설팅 전문가 경우선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에게 들어 봤다. 〈편집자주〉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 그가 생전에 건강, 젊음, 그리고 불로에 대해 가졌던 집착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당시의 평균 수명에 해당하는 40세에 이르자 진시황은 신하들을 파견해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했지만 결국 5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건강 악화의 배경 중 하나로 추정되는 것이 바로 수은 중독이다. 소량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팽팽해지는 효과 때문에 진시황이 수은을 영약으로 생각하고 바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를 척도 삼아서 노화에 맞서고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명을 재촉했던 셈이다.

만약 진시황이 현대의 미용시술 및 미용의료기기들을 보았더라면 수은중독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시장의 수요가 결합해 탄생한 각종 에너지 기반 미용의료기기들(EBD·Energy Based Device)을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더라면 노화에 대한 두려움도 한층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EBD는 초음파, 고주파, 레이저 등 각종 에너지를 출력하는 미용의료 장비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런 기기를 활용하는 항노화 시술이나 미용은 기존에는 40대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20~30대 여성 및 남성들에게까지 그 시장 저변을 넓혔다.

특히 K-뷰티의 지속적인 인기로 인해 한국의 미용기기들에도 소비자의 관심이 확장된 지금이 사업 성장의 적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앞다퉈 국내의 주요 EBD 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면서 EBD 시장의 가치와 잠재력이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조사연구기관 팩트엠알(Fact.MR)은 2022년 58억달러(약 8조원) 규모였던 EBD 시장이 연 평균 13~14%가량 성장, 2032년 211억40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EBD 업계 또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미용 레이저 기기의 수출은 올 2분기 전년 동기대비 5~10% 가량 높은 수준을 보였다. 레이저 기기뿐 아니라 미용의료기기 업계 전체가 대체로 2분기 실적 호조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EBD 업체들이 주목을 받는 데에는 높은 영업이익률, 해외 진출 가능성 등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사모펀드(PEF)들이 클래시스, 루트로닉스 등 미용기기 업체들을 인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루트로닉스의 경우 국내보다 미국의 성형외과 및 피부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의 비중이 90%에 달하는 점이 특징이다.

미용의료 기기 시장은 아직 비교적 신생 분야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들이 이어지곤 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EBD 업체들을 비롯한 K-뷰티 시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확률이 상당하다. 이에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미 한국의 성형외과, 피부과 전문의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런 기술 발전과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한국의 EBD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 더 나아가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 계획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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