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8·15독트린도, UFS에도 잠잠…수해 얼마나 심각하길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 4.25여관을 찾아 수해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준비정형을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방안 ‘8·15 독트린’에 대해 일주일째 무반응으로 대응하고 있다. “침략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던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반응은 북부지역 수해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으며, 최고 지도자가 연일 수재민 다독이기에 나서야 할만큼 민심 이반을 막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사회주의 생활상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윤 대통령이 8·15 독트린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UFS연습과 함께 8·15 독트린과 관련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깬 것이다. 2022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의 상황에 주목했다. 지난달 발생한 북부지역 수해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압록강 일대에 집중호우가 발생한 후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의주군을 직접 방문해 구명조끼 없이 고무보트를 타고 상황을 점검했고, 남측의 수해 관련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피해지역의 실종자가 1000명이 넘는다느니, 구조 중 직승기 여러 대가 추락한 사실이 정보당국에 의해 파악되었다느니 하는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했다”, “수해지역에서 인명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보도’를 인용한 이러한 발언들은 거꾸로 북측 내부에 이러한 내용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김 위원장은 수해 피해 발생 직후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며 사회안전상과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경질했다. 책임자를 경질할 정도의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사망·실종자가 1000명~1500명이라는 남측의 보도를 콕 집어 부인한 것이다.

그만큼 수해 피해와 관련한 지도부의 대응에 주민들의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수재민들이 머무는 천막 숙소를 찾아 지원 물자를 직접 나눠주고, 어린이, 노약자 등 1만3000여명의 수재민을 평양으로 데려와 보호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민심을 다독여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수해피해가 우리가 보는 것보다 내부적으로 훨씬 큰 것으로 해석된다”며 “수해 피해 복구와 1만여명 이상 이재민을 평양으로 불러 관리하고 있는 등 내부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고, 힘을 분산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UFS 연습이 시작됐지만, 외무성의 공보문만 발표됐을 뿐 특이할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UFS 연습 3일차인 2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적화통일을 꿈꾸며 호시탐탐 대한민국을 노리고 있는 북한 정권에게 ‘침략은 곧 정권의 종말’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며 한미 장병들을 격려했다.

임 교수는 미국 대선 상황에도 주목했다. 임 교수는 “미국이 대선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억제력 강화라는 현상 유지 방향성을 읽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 문제에 우선 집중하고 대선 과정을 지켜보자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