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억만장자 친구들만 배불릴 이기주의자’라는 프레임에 가둬 대선 승리를 일구겠다는 전략을 굳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향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어떤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지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트럼프에 대항해 “위험한 도널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 고상한 용어를 사용한 것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자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부각하거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고 몰아가는 대신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초상, 즉 트럼프가 ‘자신과 억만장자 친구들에게만 챙기는 있는 비열한 사기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지난 19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전당대회에서 이같은 작전이 스며든 영상과 연설이 쏟아져 나왔다고 짚었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트럼프는 파업파괴자(scab·파업 중 노조를 무력화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라고 쓰인 티셔츠를 자랑한 것이다.
파업파괴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 등을 일컫는 말로 노동운동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이다.
페인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라고 묻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오직 자신만을 섬기는 억만장자 계층을 위한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유명 인사들도 가세했는데, 민주당 내 진보 정치인들의 대표 격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월가 친구들의 손바닥에 기름을 바를 수 있다면 1달러에 이 나라를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본인과 “부자 친구들”을 돕는 데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당시 클린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혐오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자 지지자들과 함께 분노했고, 그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스를 독점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싸움을 할 수 있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과 달리 경쟁자의 문제적 언행을 진부한 행동이라고 일축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텍사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하나도 다를 게 없는 해묵은 쇼”라고 말했다. “미국이 저런 수준이면 쓰겠냐”고 말했다.
NYT는 “해리스의 접근방식이 선거일까지 지속될 만큼 내구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해리스의 끊이지 않는 행운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여전히 팽팽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부통령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공화당은 앞으로 몇 주간 그녀를 ‘위험할 정도로 진보적’이라고 규정하고 이민 문제를 포함한 바이든의 가장 인기 없는 정책과 그녀를 연결하는 데 수억달러를 쓸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