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분 뒤 음주 측정, 인정 안돼”…음주운전 ‘무죄’로 뒤집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마지막으로 운전한 지 186분이 지나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음주운전으로 벌금 900만원을 선고받은 50대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50대 남성은 주차 장소까지 운전한 두 '차 안에서 술을 마셨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5-1형사부(신혜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벌금 900만원의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사실오인을 주장한 A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121%의 측정 수치를 무효로 봤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마지막 운전 시간인 2021년 5월17일 오후 9시31분보다 186분이 지난 상황에서 측정됐기 때문에 이를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로 인해 사건 당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일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1%의 음주 상태로 50m를 운전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음주 측정 당시 A씨가 경찰 등에 말한 '자백'이 신빙성 있는 진술이 아니기 때문에 1심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의 일부 법정 증언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등 증인들은 1심에서 ▶A씨를 깨워도 상당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취해 있었다 ▶술을 마셨냐는 질문에 저녁 먹으며 반주를 했다는 등의 짧은 대화 중에 진술을 번복했다 ▶동문서답으로 횡설수설했다 등을 증언했다.

그러나 A씨는 사건 당일 공사 일을 마치고 근처 마트에서 소주와 맥주 등을 사서 주차 장소까지 운전한 후 '차 안에서 술을 마셨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또 술과 안주를 먹은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뒷좌석 바닥에 던져 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뒷좌석에서 술병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 차량 블랙박스로 A씨가 술을 사서 차에 타는지 확인하고자 마지막 정차 시점에서 역으로 3분 가량 내부 블랙박스를 살펴봤는데 관련 장면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 부분 역시 "많이 건너뛰어서 확인해서 못 본 것일 수 있고, 안 찍혔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이 차에서 술병을 찾지 못했거나, 블랙박스 영상 일부 만으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A씨 차량 시동과 등이 켜져 있었던 것은 운전 후 잠들었을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정차 후 차 안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 잠들었다는 피고인 주장도 설명할 수 있는 정황이 된다고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을 마치자마자 근처 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사서 운전했다는 피고인 주장에 공사 업주의 사실확인서가 부합하고 있다"며 "원심판결에 위법이 있기에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지난 22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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