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최근 약세를 보이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쓸어담고 있다. 최근 환율이 다소 가파르게 내린 만큼,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때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에 금리를 내리면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레버리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9~22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달러선물지수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를 16억25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SK(15억9099만원)·ACE미국30년국채액티브(15억1693만원)·KODEX골드선물(H)(14억9837만원) 등보다 더 많이 사들인 것이다. 반면, 이 기간 기관 투자자들은 매도세를 보였다.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의 순자산도 총 1억원 넘게 늘었다.
해당 상품들은 달러 상승세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곱절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다. 다만 떨어지면 하락 폭 역시 배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달 들어 해당 상품들의 수익률은 -3%대를 기록 중이다. 이달 들어 달러 약세 속도가 지나치다는 평가 속에 환율이 조만간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주 달러 관련 ETF 11종에 몰린 개인 순매수 금액만 총 4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달러가 약세일수록 수익을 내는 달러 인버스 ETF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에선 이번주 124억원의 개인 순매도세가 관찰됐다.
해당 상품은 달러 선물 지수가 하루 1% 떨어지면 2% 수익률을 얻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달 들어 6%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개인들은 당분간 여기서 달러가 더 내리긴 어렵다고 보고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번주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의 순자산도 각각 107억원, 20억원어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추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레버리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연준의 9월 기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채권·외환시장에선 장기 채권 매입 수요와 달러화 매도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LS증권에 따르면, 그간 달러화 하락 폭을 고려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35원에서 1325원까지 10원 정도의 추가 하락 공간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100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전날 장중 101선을 밑돌며 작년 12월 하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국면에서 2022년 113선까지 올랐던 달러 인덱스는 최근 엔화 강세, 금리인하 기대감 등 영향으로 100선 초입까지 낮아진 상태다. 다만,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사이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 달러의 단기적 약세 움직임이 전개될 수 있겠지만 결국 금리 인하 폭에 대한 눈높이가 조정되면서 미 달러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달러 약세는 미국 ETF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된 환헤지형 ETF와 달리 환노출형 ETF는 투자 대상국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 환손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헤지형 ETF인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H)의 이달 수익률은 약 3%를 나타낸 반면, 환노출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는 약 -2%를 기록했다. 나스닥100 지수를 2배 추종하는 동일한 구조의 상품인데, 달러 약세 때문에 환헤지형 ETF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