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폭력 시위에 흔들리는 英 노동당…부정평가 절반 이상

영국 제1 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총선 하루 전날인 3일(현지시간) 레디치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유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출범 2개월이 채 안 된 노동당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영국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51%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정평가는 1개월 새 20%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도 29%에서 23%로 하락했다고 유고브는 설명했다.

스타머 정부는 지난달 4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지난달 말 잉글랜드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참사를 계기로 반이민·반이슬람을 외치는 폭력 시위가 영국 전역을 뒤흔든 탓에 집권하자마자 시험대에 올랐다.

어린이 3명을 살해한 흉기 난동범이 아랍식 이름을 가진 무슬림 이민자라는 허위정보가 소셜미디어(SNS)에서 급격히 퍼지며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극우 폭력 시위는 영국 사회에 누적된 인종·종교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갓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당 기부자나 당과 관계된 인사들을 고위 공무직에 앉혔다는 정실인사 의혹과 더불어 증세 이슈도 노동당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노동당은 노동 계층에 대해서는 가능한 낮은 세금이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총선 전에는 소득세와 의료보험료나 부가가치세 등은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는 지난 27일 TV 연설을 해 오는 10월 발표할 정부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영국 국민에 이해를 구했다.

전임 보수당 정부에서 물려받은 재정 상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해온 스타머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해달라고 큰 부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증세를 예고했다. 스타머 총리는 다만 소득세나 국민 보험료, 부가가치세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총선 공약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의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9.4%로, 1960년대 초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머 정부는 이와 관련, 14년간 누적된 부패의 결과라며 보수당 전 정부에 재정 위기 책임을 돌리고 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도 지난달 말 의회에서 보수당 정부에서 물려받은 공공부문 '재정 구멍'이 220억 파운드(약 39조1천억원)로 나타났다며 공공지출 삭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입소스가 지난 23∼26일 성인 1천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개개인에 대한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거나 매우 크다고 응답한 사람은 75%에 달해 5월 조사 때의 56%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조사에서 노동당이 공공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의 비율은 59%에서 55%로 감소했다.

응답자의 약 65%는 영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전임 보수당 정부가 집권 당시 밝혔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고 답변했다. 노동당이 물려받은 경제 상황이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5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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